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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색상 오늘에 되살린다|국립현대미술관, 「한국 전통 표준 색명 및 색상」 연구 발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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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우리 나라의 전통적인 색상은 과연 어떤 것일까.
우리가 흔히 빨간 색 (적)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색상도 색견표상으로 보면 사람에 따라 수십 가지로 나누어진다.
사람들은 색을 일정한 대상의 색으로 지각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푸른 하늘」 「빨간 사과」처럼 각 사람의 경험이나 감각에 따라「푸른」「빨간」색은 크게 다르게 나타난다.
더욱이 우리가 현재 인공 염료에 의한 색으로 느끼고 있는 적·청색 등은 전통적인 유물이나 문헌에 나타나는 적·청색과는 상당히 다를 것이다. 이 때문에 전통적인 색상에 대한사람들의 인식은 혼선을 빚을 수밖에 없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전통적 색상에 대한 이 같은 혼선을 막고 통일된 색채 언어를 정립하기 위해 「한국 전통 표준 색명 및 색상」에 관한 조사·연구를 실시, 최근 제1차 시안을 자료집으로 펴냈다. 문화부의 「문화 발전 10개년 계획」의 일환으로 국립현대미술관이 지난 1년 동안 실시한 이 조사·연구는 한국인의 의식 속에 잠재되어 있는 색채 언어를 발굴하여 현대적인 지표로 복원하고자 한 것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은 김용훈 (한국 색채 협회장)·석주선 (석주선 기념 민속 박물 관장)·임동권 (전 중앙대 교수)·정시화 (국민대 교수)·한동수 (KBS 색채 연구 소장)·허동화 (한국 자수 박물 관장)씨 등 관계 전문가 13명으로 자문위원회를 구성했다.
이들은 적·청·황·백·흑 등 「오방색」과 홍·벽·녹·유황·자 등「오간색」을 기본 색으로 표준 색상 선정 작업에 들어갔다.
이는 우리 나라의 전통 색채 개념이 음양오행 적 우주관에 근거를 둔 것으로 우리 선조들이 오방색을 기본색으로 인식하고 사용해왔기 때문이다.
이 오방색과 오간색 이외의 모든 색깔은 사물이나 자연의 현상으로부터 연상되는 색명을 쓰거나 물감의 진하고 탁하며 엷고 맑은 변화, 예컨대 진·담·암 등을 붙여 사용했다.
그러나 우리 선조들이 사용했던 대부분의 유물들은 이미 변색되었으며 문헌에 남아 있는 색명의 표준색이나 그 재현 방법이 기록으로 남아 있지 않기 때문에 전통 색상을 오늘에 재현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이 때문에 선정 작업은 「재현」이 아닌 「추정」의 방법으로 표준화에 접근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현대미술관은 이에 따라 각 박물관의 유물과 여러 문헌을 토대로 오방색과 오간색의 표준 색상을 일단 선정하고 서강대 언론 문화 연구소와 함께 전국의 성인 1천6백명을 대상으로「한국인의 색채 인지와 색감수성에 대한 여론 조사」를 실시, 표준 색상을 결정했다. 현대미술관은 또 이를 토대로 78색의 전통 색상을 추출해냈다.
또 이를 자료집으로 발간하는데 있어서도 색채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기존의 4도 인쇄방법을 피하고 1백여가지의 물감을 조색해 인쇄했다.
이 연구 조사 작업을 이끈 미술관의 유준상 학예 연구 실장은 『이번 연구 결과는 어디까지나 1차 시안에 지나지 않는다』고 전제하고 『앞으로 이 시안을 계속 수정·보완해나감으로써 하루빨리 한국의 전통 표준 색상을 확정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과 중국 등은 이미 각각 3백, 3백20가지의 전통 표준 색상을 확정, 여러 분야에 이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전통 표준 색상은 전통 의상 제작·문화재 복원 등 여러 가지 전통 문화의 계승과 현대화 작업에 활용될 수 있다. <이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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