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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득정신질환자/치료할 병원이 없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시립병원등 수용할 폐쇄병동 없어/다른 질환 동반발병땐 고칠길 막막
정신질환과 기타질환을 동반한 이른바 복합질환을 앓고 있는 의료보호대상 저소득계층환자를 수용할 병동이 없어 이들 정신질환자들이 자해소동을 벌이거나 다른 환자 혹은 주변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위험성이 있다.
의료보호의 대상이 되는 정신질환자들은 시립병원 등에서 주로 치료받고 있으나 이들 병원에는 폐쇄병동이 갖춰지지 않아 일반환자병동에서 묶인 채로 치료받거나 중환자실·응급실,심지어는 행려병자보호소에 수용돼 있는 실정이다.
◇사례=최근 간암을 선고받고 이에 대한 충격으로 심한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는 김대근씨(59·가명)의 경우 현재 시립 보라매병원 일반병실에 일반환자 4명과 섞여 묶인채로 치료받고 있다.
김씨의 보호자인 조카 김모씨(45)는 『삼촌이 친척은 물론 의사·간호사 등이 다가서면 무서워하고 소리를 질러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지만 병원측으로부터 현재 삼촌같은 사람을 받아줄 다른 병원이 없어 속수무책이라는 답변만 들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1월10일 평소 정신분열증이 있는 의료보호대상자 정진순씨(62·여)는 다리가 부러져 보라매병원을 찾았지만 이같은 복합질환자를 치료할 폐쇄병동이 없어 시립부녀보호소로 다시 되돌아 갔다.
또 지난 1월20일께 간질정신병을 앓고 있는 의료보호대상자인 한 주부가 동부 시립병원을 찾았으나 마땅한 치료시설이 없어 이 병원 저 병원 헤매다 최근 패혈증이 병발해 사망했다고 병원측은 밝혔다.
◇문제점=의료보호의 대상인 저소득계층은 전국적으로 3백여만명을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으나 이들이 정신질환을 앓을 경우 치료받을 수 있는 기관은 국립정신병원등 서너곳에 불과한 실정이다. 그나마 정신병이 다른 질병과 복합돼 발병했을 때는 실제 치료할 만한 기관이 거의 없다.
시립보라매병원 김무진 과장(정신과)은 『정신병 복합질환자가 생겼을 경우 시립 정신병원등에 환자이송의뢰를 해보지만 단순 정신병이 아니라는 이유로 번번이 거절당하고 있다』며 『정신질환의 경우 의보수가가 어떤 치료를 실시하더라도 하루 1만원정도로 낮게 책정돼 있어 일반 종합병원에서는 이들을 전혀 받으려하지 않기 때문에 정신병복합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는 갈데가 없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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