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포크섬의 반란”/실화영화 「바운티호의 반란」(지구촌화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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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호주령에 사는 주모자 후손들/유배섬의 캔버라 편입에 반발/완전 독립 요구하며 반기
클라크 게이블,말론 브랜도가 실감나게 연기했던 18세기 영국군함 바운티호의 반란사건 주모자의 후손들이 이번에는 호주정부에 반기를 들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이 살고있는 호주령 노포크섬을 호주정부가 수도 캔버라시에 편입시키려 하자 자치를 요구하며 강력반발,조상에 버금가는 반골기질을 드러내고 있다.
「바운티호의 반란」은 1789년 4월 이 배가 남태평양 타히티섬에서 서인도제도로 아프리카노예들의 식량인 빵나무 열매를 운반하던중 윌리엄 블라이함장의 가혹한 지휘에 불만을 품은 함장부관 플레처 크리스천등 승무원 26명이 일으킨 실제 사건이다.
당시 반란에 성공한 크리스천파는 블라이함장파 18명을 길이 9m의 작은 보트에 태워 망망대해로 추방했었다.
단 5일치의 식량밖에 받지 못한 함장일행은 남태평양에서 48일동안 표류한 끝에 타히티섬에서 6천㎞ 떨어진 인도네시아 동남쪽 포르투갈령 티모르섬에 기적적으로 상륙,이듬해 영국으로 송환됐다.
반란자들중 타히터에 남기를 희망한 16명을 뺀 크리스천등 10명은 타히타남쪽 2천1백㎞ 해상 영국령 피트케언섬으로 피신했다.
영국정부는 당시 은신한 크리스천일파를 그냥 두었으나 사건발생 67년후인 1856년 이섬의 반란자 자손들이 1백93명으로 급증하자 이들을 별도 관리할 목적에서 「지옥섬」으로 이름난 범죄자 유배지 노포크섬에 이주시켰다.
호주동쪽 약 1천㎞ 해상에 위치한 면적 40평방㎞의 소도 노포크섬은 1914년 호주에 귀속되었으나 주민들은 호주정부에 세금도 내지않는등 자치생활을 해왔다.
최근 호주정부가 이 섬을 캔버라시 선거구에 편입할 것을 결정하자 바운티호 반란자들의 자손이 주축이 된 섬주민들이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섬이 캔버라시에 편입될 경우 주민들로 연방선거권을 갖게 된다는 호주정부의 유혹을 『우리는 호주사람이 아니다』라며 단호히 뿌리치고 있다.
이들은 호주정부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연방정부가 선거권부여를 미끼로 과세하려하고 있다』고 비난,오히려 호주로부터 완전독립하겠다는 태세다.
바운티호 반란자후손 친목회는 『우리가 호주연방정부로부터 이것저것 간섭받을 하등의 이유가 없다. 노포크주민들은 현재 가장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으며 만약 통합을 강요당한다면 오히려 완전독립을 위해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포크섬은 이제까지 소득세·관세 등 독자적인 과세제도를 운영해왔고 호주정부로부터 어떤 사회복지혜택도 받지 않는등 사실상 독립국가와 다를바 없었다.
이 섬은 매년 3만명이상 관광객을 유치,늘상 재정흑자를 남기고 있고 실업도 범죄도 거의 없는 편이다.
호주정부는 지난 76년 이 섬에 소득세등 세금을 부과하려한 적이 있었다.
당시 이곳 주민들은 유엔에 호주정부를 제소하겠다며 크게 반발했고 놀란 연방정부는 이 계획을 취소했었다.
이번 노포크섬의 캔버라시 편입문제와 관련,한번 KO패한 바 있는 호주정부가 바운티호반란자 후손들의 「반란」에 어떻게 대응할지 자못 궁금하다.<이상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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