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렬-서청원 한판 붙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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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최병렬 대표와 서청원 전 대표 진영이 전면전을 벌일 태세다. 당 운영을 둘러싼 갈등 때문이다.

徐전대표는 9일 의원총회에서 崔대표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崔대표의 중진 물갈이 구상에 대해 徐전대표는 "당이 단합해야 할 시점에 영남 50% 물갈이니 해서 당을 사당화(私黨化)하려 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와 관련된 崔대표의 대응에 대해선 "저쪽에서 장군하면, 멍군하는 식으로 끌려다니다 여기까지 왔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잘못한 것은 반성하고 사죄하는 것이 순리이지 (그걸 이용해) 당을 재단(裁斷)하려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徐전대표는 "당을 새로운 비상체제로 꾸려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그는 의원.지구당위원장 연석회의를 열자고 제안했다.

徐전대표가 이처럼 작심하고 崔대표를 비난하고 나선 것은 崔대표가 대선자금 문제를 활용해 당을 '최병렬 당'으로 만들려 하고 있다고 의심하기 때문이다.

"이번 기회에 지난해 대선 지휘부였던 이회창 전 총재나 徐전대표의 세력을 제거하겠다는 의도가 역력하며, 그걸 '혁명적 수준의 물갈이'라는 등의 그럴듯한 말로 포장하고 있다"는 게 徐전대표 측의 주장이다.

徐전대표가 의원.위원장 연석회의를 열자고 한 것은 앞으로 조직적으로 맞서겠다는 뜻이다. 자신의 직계를 총동원해 崔대표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당을 새로운 비상체제로 전환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겠다는 얘기다. 그걸 통해 당 해체→재창당의 수순을 밟아나가겠다는 게 徐전대표 측의 전략이다.

하지만 그게 현실화할지는 미지수다. 徐전 대표의 공격을 崔대표가 가만히 두고 볼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당을 해체하고 재창당을 하면 崔대표를 비롯한 현 지도부는 물러나야 한다. 그걸 崔대표가 용인할 리 없다.

崔대표는 기자에게 "도대체 누가 당 해체를 얘기하느냐. 재창당이라는 게 말이 되느냐"며 언짢은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당 해체론자는 반당(反黨)분자"라며 "그런 사람은 공천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했다. 경우에 따라선 徐전대표를 공천에서 탈락시킬 수도 있다는 뉘앙스를 풍긴 것이다. 崔대표 측근들은 "徐전대표의 당 해체론은 당권을 찬탈하겠다는 얘기"라고 비난했다.

따라서 양 진영 사이엔 전운(戰雲)이 짙게 깔려 있다. 徐전대표는 조만간 연석회의 소집을 위한 지구당위원장 서명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지구당위원장의 5분의1만 서명하면 연석회의는 열리게 된다.

그에 대응해 崔대표는 전 지구당위원장 사퇴를 추진할 것으로 전해졌다. 물갈이를 보다 쉽게 하기 위한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양측은 점점 격돌의 길로 다가가고 있다. 만일 연석회의가 소집되면 혈투가 벌어질 게 틀림없다. 그것은 어쩌면 분당의 시발점이 될지도 모른다.

이상일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jongta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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