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뒤처리 여야없는 독의회/유재식 베를린특파원(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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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독일연방상원(분데스라트)이 14일 정부·여당의 92년 세법개정안을 통과시킨 것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독일의 집권 기민·자민연정은 그간 부가가치세를 14%에서 15%로 올리는 것을 골자로 하는 세법개정을 추진해왔다. 구 동독지역을 위한 이른바 「통일기금」 조성을 위한 세법개정에 대해 야당인 사민당은 물론 대다수의 납세자들이 반대해왔다.
같은 이유에서 이미 지난해 담배·휘발유 등의 소비세를 인상했기 때문에 이같은 세금인상이 야당이나 납세자인 국민들(정확히는 구서독지역 주민들)의 저항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동안 여야간에 팽팽한 논란이 돼온 세법개정은 결국 13일 연방하원(분데스타크)에서 찬성 3백47표대 반대 2백6표로 가결됐다.
문제는 야당인 사민당이 다수의석을 점하고 있는 연방상원이었다. 통일 직후만 해도 연방상원에서 여당이 우위를 점하고 있었으나 그후 실시된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연패를 기록하는 바람에 주대표 68명으로 구성되는 연방상원을 야당이 장악하게 됐기 때문이다. 현재 연방상원내 여당의석은 27석에 불과,법안통과에 필요한 의석에서 8석이 부족했다.
그러나 이 법안이 연방상원을 통과했다. 구동독지역중 유일하게 사민당이 집권하고 있는 브란덴부르크주(4석)와 여야 대연정을 구성하고있는 베를린시(4석)가 정부·여당에 동조,과반수인 35표의 찬성을 얻어 통과된 것이다.
이에 대해 야당인 사민당은 만프레트 슈톨페 브란덴부르크주 지사의 「배신」을 강력 성토하고 나섰다. 세법개정안을 추진한 테오 바이겔 재무장관은 『이성의 승리』라며 슈톨페주 지사의 용기에 박수를 보냈다.
슈톨페지사 자신은 『통일후 온갖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구동독 주민들을 생각할 때 「나인」(아니오)이라고 할 수 없었다』고 심정을 토로했다.
연방상원의 이날 결정은 국민을 위하는 정치가 과연 어떤 것인가를 명쾌하게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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