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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는 사상 최고라는데, 투자자들은 왜 외면할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최근 국내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울 만큼 활황세를 타고 있다.하지만 대다수 국민들은 여전히 주식 직접 투자를 꺼려하고 있다. 펀드 등 간접 투자가 늘어난 것도 이유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우리 증시에 불신이 가시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 국민 10명 중 2명만이 주식 직접 투자를 하고 있다.전체 금융 자산에서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도 5%에 그친다.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미국의 경우 전제 자산의 60% 이상이 주식 직간접 상품에 들어가 있다.증시 전문가들은 이처럼 주식 투자를 꺼리는 이유로 고질적인 우리 증시의 '널뛰기식'장세를 꼽는다.실제로 2000년대 초반까지도 우리나라 증시는 세계 어느나라 증시보다 급반등이 심했다. 종합주가지수 100수준에 머물렀던 1980년부터 2,3년전까지도 이런 롤러코스트 장세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1980년 이후 종합주가지수 변천 그래프)

주가의 오르내림을 뜻하는 일간 변동성의 경우 2000년에 2.8%까지 치솟아,1% 미만인 미국.영국 증시의 세배에 달했다.

특히 이전에도 코스피 지수가 네자리수대에 올라선 적(1989년 4월 1일,1994년 11월 8일 등)이 있었지만 그때마다 한두달만에 주가가 고꾸라지는 급락을 되풀이 했다. 특히 코스피 지수가 790에서 급전직하해 350까지 떨어진 97년 외환 위기 당시의 '악몽'을 잊지 못하는 투자자들이 적지 않다.

서울시립대 윤창현 교수(경영학부)는 "주가가 오를때엔 가파르게 상승하다 하락할때는 순식간에 급락하고 조정이 오래가는 상황이 계속 반복되다 보니 투자자들이 섣불리 증시에 뛰어들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고 분석했다.

이에 반해 미국 시장은 1929년 대공황과 1987년 '블랙 먼데이'등 부침이 없지 않았지만 대체적으로는 증시가 꾸준히 오름세를 이어왔다. 특히 롤러코스트식 장세를 보여온 우리 증시와 달리 미국 증시는 일단 오르고 나면 장기간 횡보하다가 다시 오르는 패턴을 이어왔다.

여전히 단타 매매에 매달리는 투자 행태도 투자자들을 외면하게 만은 요인중 하나다.

우리나라 주식 매매 회전율은 206.9%로 세계 2위에 달한다. 선진국 전체 평균이 약 50%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높은 수준이다. 게다가 개인의 매매회전율은 490.8%로 전체평균의 2배를 넘는 수치. 증권업협회 이정수 이사는 "1980년대 후반 4년여만에 주가가 10배 가까이 뛰는 급성장을 경험한 후 국내 투자자들의 단타 매매 성향이 더욱 뚜렷해졌다"고 말했다.

투자 전문가들은 그러나'8대(부동산)2(금융자산)'구도인 현재의 비정상적인 자산 배분 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초저금리 시대에서 성공적인 노후 보장및 자산 증식 전략을 짜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따라서 현재 전체 자산중에 20분에 1수준에 그치고 있는 주식 투자 비중을 최소 두자리수대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하는 게 바람직하다.그러기 위해선 '예측 가능한'증시를 만드는 노력이 어느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이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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