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소 쿠데타주동자 재판 법률논쟁/재판 지연… 정치적 해결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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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소련이 없는데 무슨 반역인가 변호인/러시아가 법적계층… 재판 당연 검찰
지난해 8월 쿠데타를 일으켰다 실패,현재 재판을 기다리고 있는 쿠데타주동자들의 운명을 놓고 요즘 모스크바에서는 한창 법률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블라디미르 크류츠코프 전 KGB(국가보안위원회)의장을 비롯한 피고인들의 변호사와 러시아 검찰간에 벌어지고 있는 논쟁의 요점은 쿠데타 주동자들을 처벌할 법적근거,그리고 이들의 죄가 국가반역죄라면 반역한 대상국가는 과연 어디에 있느냐는 것이다.
한마디로 소련이란 나라가 없어진 마당에 과연 국가반역죄라는 죄가 성립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변호를 맡은 겐리히 파드바 러시아변호사회 부회장은 바로 이점을 들어 피고인들의 무죄를 주장하고 설혹 죄가 있다해도 소련을 법률적으로 완전 해체시킨 러시아가 재판관할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검찰측은 『말도 안되는 소리』로 치부하고 있지만 법률학자들 사이에서도 재판관할권을 러시아가 단독으로 행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의견들이 개진되고 있다.
이러한 와중에서 피고인들에 대한 검찰의 기소가 별다른 이유없이 계속 연기되고 있어 이들이 재판을 받지 않고 석방될 것이라는 루머까지 떠돌고 있다.
러시아검찰청대변인 알렉세이 세바스티야노프는 최근의 논쟁에 대해 『러시아가 구소련의 법적인 계승자로 국제사회에 참여하고 있고,국내적으로도 모든 정책을 연속적으로 추진하고 있어 재판관할권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고 공식적으로 밝히고 있지만,재판이 언제 열릴 것인지에 대해선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지난 9일 모스크바에서 개최된 친공산­반옐친 시위현장에선 수감중인 아나톨리 루키야노프 전소련최고회의 의장의 옥중시가 배포돼 이들에 대한 연민과 동정심을 불러일으켰다.
일부 언론들은 러시아 검찰당국이 지난 4개월여동안 수사를 끝내놓고도 재판을 열지 않고 있는 것은 사건을 정치적으로 해결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변호인들은 『루키야노프등이 적극적으로 반역죄를 저질렀다는 증거가 없으며,설혹 반역죄를 저질렀다 해도 이것은 소련에 대한 것이었다.
소련을 해체시킨 러시아가 러시아법 64조를 가지고 재판을 행하겠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며 무죄를 이끌어낼 자신감을 표시하고 있다.
최1급 법률학자들의 자문과 1백명 이상의 정예요원을 투입해 죄를 증명해보이겠다는 검찰측과 무죄인 피고인들을 죄인으로 만들려는 기도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변호인측의 대결이 어떤 결말을 보일지 귀추가 주목된다.<모스크바=김석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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