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 스페인 국교 정상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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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쿠바와 스페인이 4년 만에 전격적으로 외교관계 정상화에 합의했다. 쿠바의 수도 아바나를 방문 중인 스페인의 미구엘 앙헬 모라티노스 외무장관은 4일 라울 카스트로 쿠바 임시 국가수반을 만나 양국 관계 정상화에 관한 문서에 서명했다고 AFP 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두 나라는 경제 협력을 강화하고 쿠바의 인권문제에 대한 논의도 계속해 나가기로 했다.

스페인을 포함한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은 2003년 쿠바 정부의 반체제 인사 탄압 등 비민주적 조치에 항의하며 외교관계를 단절했었다. 당시 피델 카스트로 정권이 75명의 반체제 인사를 구금하고 3명의 쿠바 청년을 약식재판으로 처형한 데 대한 제재 조치였다.

모라티노스 외무장관은 이 사태 이후 EU 회원국 외교 수장으로는 최초로 쿠바를 방문해 관계 정상화의 물꼬를 텄다. 27개 EU 회원국이 이견 조율을 통해 일괄적으로 쿠바와의 관계를 회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보고 먼저 선수를 친 것이다.

EU 국가들은 그동안 쿠바 문제를 둘러싸고 날카로운 의견 대립을 보여왔다. 스페인과 그리스.키프로스.이탈리아.포르투갈 등이 하루빨리 쿠바와의 관계를 정상화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체코.폴란드.스웨덴.에스토니아 등은 쿠바가 구체적인 민주화 청사진을 제시하기 전에는 제재 조치를 해제해선 안 된다는 강경론을 고수해 왔다.

스페인도 호세 마리아 아스나르 전 총리 시절 쿠바에 대해 강경책을 폈으나 호세 루이스 로드리게스 사파테로 사회당 총리가 집권한 2004년 이후 유화적인 입장으로 돌아섰다. 카스트로의 좌파적 정치 성향과 반미 노선에 대한 공감 때문이다.

유철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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