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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투데이

협력의 틀 넓히는 한·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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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양국 관계의 호전은 특히 만족스럽다. 한.미 관계가 지난 몇 년 동안 답답한 상태였다. 주된 이유는 평양을 바라보는 시각과 그들의 핵 야망을 다루는 방식이 서로 달랐기 때문이다. 워싱턴은 한국의 대북 유화 정책이 6자회담에서 공동 전선을 펴는 데 방해가 된다고 여겨왔다. 반면 서울은 미국의 정책이 괴팍하고 생산적이지 못하며, 북한 주변국들의 접근 방식과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고 평가해 왔다.

2003~2004년 최저점을 지난 뒤로 양측 관계는 점차 회복돼왔다. 양국 정부의 최근 노력이 도움이 됐다. 양측은 6자회담에선 동일한 목표를 추구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미국은 협상 진전을 위해 북한과의 적접 대화 거부와 정권 교체에 대한 희망을 유보하고, 대신 균형 잡힌 양보를 이끌어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 한국도 2.13 합의의 이행을 위한 북한의 행동을 구체화하기 위해 대북 원조 등에서 대담한 전략을 채택했다. 이러한 변화가 6자회담을 확실히 진전시킬 것인지는 지켜봐야 하겠으나 이 때문에 미국과 한국 사이의 간격은 좁혀졌다. 주한 미군 재배치와 병력 감축 문제, 전시작전권 이양 등도 인상적으로 처리돼 왔다.

이러한 맥락에서 FTA를 둘러싼 협상은 상호 협력의 틀을 넓히는 적절한 시점과 기회를 제공했다. 이는 지난 10여 년래 미국이 외국과 맺은 가장 중요한 협정이다. 미국 내부적으론 민주당이 지배하는 의회와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백악관이 초당파적으로 협조할 수 있다는 점을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 한.미 FTA 협상 타결은 콜롬비아.페루 등 다른 국가와의 FTA에 대한 미 의회 승인과 6월 30일로 만료되는 부시 대통령의 TPA(무역촉진권한, Trade Promotion Act: 대외 무역 협상권을 가진 의회가 신속한 협상을 위해 대통령에게 포괄적으로 협상권한을 위임하고 나중에 결과에 대해 찬반투표로 비준하는 것) 기한을 연장하는 데에도 도움을 줄 전망이다.

반면 협상 세부 내용은 간단하게 발표됐는데, 이는 양측이 시한에 쫓겨 조정 작업을 거칠게 했음을 보여준다. 쌀과 쇠고기가 그 예다. 그리고 개성공단에서 만들어진 제품의 한국산 인정 여부 등 어려운 문제들은 실무그룹에 넘겨 버렸다. 마감 시한이 분명하게 정해진 것도 협상 타결을 위해 서로 양보를 하도록 압력을 넣는 요소로 작용했다.

데버러 스타베노 상원의원(미시간주)을 포함한 일부 민주당 정치인들은 즉각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미 연방준비은행(FRB) 이사를 지낸 앨런 블라인더 등 민주당 성향의 경제학자들은 자유무역과 세계화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수전 슈워브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찰스 랭글 하원 세출위원장은 협상 과정 전반에 걸쳐 서로 긴밀하게 상의했고 협상 타결에 강한 의욕을 보였다. 한국 지도자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이번 협정은 한국이 거대 미국 시장에 보다 폭넓게 접근하는 길을 터준 것은 물론, 내부 경제 개혁을 자극하고 향후 유럽과 다른 국가들과의 무역 협상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미국은 또 다른 산업국가와 유사한 무역 협정을 맺을 추진력을 얻게 됐다. 도하 라운드의 이행에 큰 힘이 될 수도 있다.

무엇보다 FTA는 한.미 양국 정부와 국민 간의 관계를 돈독하게 해줄 것이다. 지난 반세기 동안 한.미 협력으로 양국이 얻어낸 가치를 생각하면 협상 타결을 축하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

정리=백일현 기자
마이클 아머코스트 전 브루킹스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