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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불법자금 눈덩이] 돈 상자 63개 '차떼기' 접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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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나라당이 지난해 거둬들인 대선자금은 그 규모나 전달방식 모두가 상상을 뛰어넘는다. 거의 1천억원 가까운 돈이 기발한 방법으로 전달됐다. 상당량은 현찰이었다. 특히 서정우 변호사가 LG에서 1백50억원을 받은 수법은 비난을 피할 수 없을 듯하다. 대선후보였던 이회창씨에 대한 직접 조사 불가피론도 검찰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徐씨는 9일 자정쯤 서울구치소로 향하면서 "혐의를 시인하느냐""다른 기업의 돈도 받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어두운 표정으로 일절 대답하지 않았다. 서울지법 강형주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사안이 중해 높은 처단형이 예상되고 도주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徐씨의 구속영장에 따르면 문제의 1백50억원은 지난해 11월 초 최돈웅 의원이 요구했다. 당시 LG 구조조정본부장이었던 강유식 부회장에게다.

"LG측은 이미 한나라당에 10억원의 공식 후원금을 낸 상태였으며 추가로 돈을 요구하는 崔의원에게서 고압적인 느낌을 받았다"고 검찰은 밝혔다. 돈을 주기로 결정한 뒤 姜부회장은 전임자인 李모 부회장으로부터 대학동문인 徐씨를 소개받아 지원 액수와 전달 방법 등을 논의했다.

D데이는 11월 22일 오후 8시40분. 전달 장소는 경부고속도로 만남의 광장 휴게소였다. 姜부회장은 구조조정본부의 李모 상무에게 1백50억원을 마련하도록 지시했고, 李상무는 평소 LG측 대주주들이 갹출해 놓은 현금 중 1백50억원을 63개의 종이박스에 담았다. 62개엔 2억4천만원씩, 한개엔 1억2천만원을 채웠다.

돈상자들은 李상무에 의해 LG상사 안양물류센터에서 운행하는 2.5t 탑차의 화물칸에 실렸고, 화물칸 문은 자물쇠로 잠겼다. 李상무는 만남의 광장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휴게소 매점에서 徐씨를 만나 자동차 열쇠와 화물칸 자물쇠 열쇠를 건네줬다. 이어 LG측은 다음날 다시 만남의 광장에서 빈 차를 돌려받았다.

"1백50억원이 밤 사이 어디로 옮겨져 어떻게 사용됐는지는 徐씨와 이재현(구속) 전 한나라당 재정국장 등 관련자들의 함구로 파악되지 않고 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한나라당은 이후에도 LG에서 20억원을 추가로 받고 영수증 처리를 했다.

한나라당은 이미 SK로부터 현금 1백억원을 받은 사실이 밝혀진 상태다. 거기에 삼성 등 다른 기업들에서도 거액의 불법자금을 챙겼음이 드러나고 있다. 대기업들이 50억~2백억원 정도씩을 줬다는 얘기도 돈다.

이날 검찰은 일단 사실관계가 확인된 LG 자금 부분만 徐씨의 영장에 포함시켰다. 다른 기업들로부터 받은 돈은 사실확인을 거쳐 기소할 때 포함시킨다는 계획이다. 검찰 관계자는 "LG측은 비교적 검찰 수사에 협조를 한 편"이라며 "LG가 당시 민주당 측에 불법자금을 줬다는 진술은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검찰은 기업들이 노무현 후보 측에 불법자금을 준 단서도 포착한 상태며 조만간 수사 결과를 밝힐 방침이다.

강주안.임장혁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cogit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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