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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영화 허용기준 제각각(지구촌 화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EC문화통일」 힘겹다/영·독은 엄격… 불등 “관대”/『사랑과 영혼』 남녀밀착 장면등 논란/이웃나라의 방송프로 월경땐 무책
유럽통합을 앞두고 유럽공동체(EC) 회원국들이 풀어야 할 문제는 한두가지가 아니지만 문화부문 통합작업은 각국간 문화적 배경이 서로 달라 더욱 지지부진한 상태다.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문화상품인 영화의 분류기준 통일작업이 단적인 예다.
EC는 역내 상품에 통일적 기준을 적용,교역 및 유통에 지장이 없도록 해왔다. 그러나 일반상품과 달리 영화의 경우 내용,그중에서도 성·폭력 묘사장면을 어느정도 허용해야 하는가가 쟁점이 되고 있다.
EC 각국 공영·민간 방송관계자 약2백명은 최근 프랑스 남부 니스에 모여 영화에서 어떤 장면이 미풍양속·공공안녕을 저해하는 것으로 봐야할지를 결정하는 기준마련을 놓고 토의했다. 그러나 나라마다 성·폭력에 대한 태도가 너무 달라 별다른 성과를 보지 못했다.
각국은 독자적인 영화 분류기준을 적용,「유해한」 장면을 보지 못하도록 미성년자의 영화관 출입을 제한해 왔다. 문제는 비디오테이프로 발매되거나 TV전파를 타고 대중에게 무차별적으로 노출되는 경우다.
유럽에선 이제 외국 TV프로그램을 시청하는데 국경은 별장애가 되지 않는다.
영국 맨체스터에 본부를 둔 「유럽 인스티뷰트」는 지난해 11월 유럽 TV 및 영화 포럼을 개최,영화분류 문제를 논의한바 있다. 당시 포럼 참석자들은 EC국가들중 프랑스·네덜란드·포르투갈이 영화에 대해 좀더 「관용적」이라고 지적했다.
가장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나라는 영국이다. 영국은 가정내의 교활한 폭행을 포함한 폭력을 주요 규제대상으로 삼고있다.
영국 영화분류위원회(BBFC) 제임스 퍼먼 위원장은 미국영화를 중심으로한 인기영화의 상당수가 비디오나 TV방영에 부적절한 폭력·성묘사를 담고 있음에도 「연소자입장가」로 버젓이 상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람보2』에는 주인공 람보역의 실베스터 스탤론이 멋진 단도를 사용,살인하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이 영화의 히트이후 10대 소년들사이에 람보 단도가 크게 유행했다.
기록적 흥행 실적을 올린 영화 『크로커다일 던디』에 나오는 한 미국인이 파티에서 코카인을 흡입하는 장면은 청소년들의 마약복용을 자극할 것으로 영국 경찰은 우려하고 있다.
BBFC는 케빈 코스트너가 주연하 『로빈 후드』의 가정용 비디오테이프에서 「문제있는」 15개장면을 삭제하도록 요구했다.
죄수의 손목을 큰 칼로 절단하는 장면등이 너무 잔인하다는 이유에서였다.
BBFC는 또 90년 최대 히트작중 하나인 영화 『사랑과 영혼』중 주인공 남녀가 밀착한 상태에서 도자기 녹로위에 진흙덩이로 도자기를 빚는장면이 도발적이라고 지적,TV방영때 이 장면을 삭제토록 했다.
독일은 영국식 기준과 비슷하지만 영화의 전체적인 메시지가 폭력에 반대하는 것일 경우 폭력장면이 허용된다. 또 독일에서 만든 가학적 포르노 비디오는 국내 시판이 금지돼 있는 반면 다른 유럽국가에서는 시중에서 살수 있다.
스칸다나비아 국가에서 나체는 성적 암시를 담고 있지 않으면 용인된다. 영국에서는 여성의 나체는 최근들어 어느정도 용인되기 시작했으나 남성의 나체는 마치 욕설처럼 불쾌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비단 영화장면뿐 아니라 영화속의 상스런 말투도 문제가 된다.
미국영화 『베벌리 힐스 캅』은 주인공 에디 머피의 상스런 어투때문에 해당장면을 삭제한 후에야 영국TV에 방영될 수 있었다. 『스웨덴에서는 욕설은 신성모독으로 받아들여진다』고 스웨덴 문화장관 자문위원 카를 군나르 리드스트룀은 말한다.
영화의 허용기준을 제시하는 EC집행위원회의 지침이 지난해 10월부터 발효되었지만 그 효과는 아직 알수 없다. 이 지침에 따르면 EC 각국은 국내 상영·방송에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할 수 있지만 외국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자유로운 유통을 허용토록 하고 있다.
언어장벽 때문에 영화의 허용기준 문제가 당장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겠지만 앞으로 EC국가들의 골치를 썩일 난제중 하나가 될 것임엔 틀림업사.<곽한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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