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를 읽고] TV외화 더빙·자막처리 가려서 했으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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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TV 외화를 더빙하는 것이 우리말과 문화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는 지난달 28일자 투고의 논리는 조금 과장된 것 같다. 감독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작품을 엉뚱한 남의 나라 말로 뒤엎는 것이 예술의 본질인가. 말은 감정의 표현이다. 서양 단어를 우리말과 같이 호흡을 맞추기란 애당초 무리다. 그것을 무리하게 맞추려니 악센트가 달라져 표준말도 사투리도 아닌 고유의 더빙 인토네이션이 생긴다.

어린이 프로는 더빙하고 젊은이들 프로는 자막 처리하는 것이 시대 흐름에 맞는 것 같다. 우리 고유의 언어와 문화를 지킨다지만 그보다 더 시급한 것은 젊은이들이 TV 연예 프로에 나와 보통 사람들이 알아듣지 못할 언어를 사용하는 것을 막는 것이다. 독일.프랑스 같은 나라들이 더빙하는 것은 그 나라 시청자들이 원하고, 같은 서양권이라 위화감이 없기 때문이다.

더빙 프로가 싫으면 DVD나 비디오테이프를 사서 보면 된다는 말은 KBS 외화 담당자로서 할 이야기가 아니다. TV를 시청하면서 KBS 프로는 안 본다고 시청료를 안 받는가. 설문 조사라도 해서 시청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따져보기 바란다.

홍환식.인터넷 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