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 모델 모집' 취업난 여대생 유혹 음란물 제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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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졸업을 앞둔 여대생 A(22)씨는 인터넷에서 구인.구직 사이트를 뒤지다 의상및 이벤트 모델 모집 광고를 보고는 마음이 끌렸다.

'페이는 당일지급(15만~50만원),얼굴은 미촬영,촬영시간은 3시간,주1~2회 가능,의상은 평상복,몸에 흉터.문신은 제외하고 촬영,궁금한 사항은 전화요,혹시 폰을 안받으면 촬영중일껍니다,문자 남겨주세요'

친절한 광고문안을 보고는 보수 등 괜찮은 일자리라로 생각한 그녀는 전화를 걸었다.커피숍에서 감독이라는 남자 3명을 만난 그녀는 한강변으로 가서 테스트 촬영을 했다. 남자들이 "포즈가 좋다.음란물이나 이상한 촬영은 아니다"라고 그녀를 안심시키며 찍은 사진을 보여줬다.

애인과 차를 타고 데이트를 하는 장면을 촬영한다며 남자들이 그녀의 눈에 안대를 씌운채 데리고 간 곳은 여관방."왜 여관방에서 촬영을 하느냐"고 항의하는 그녀에게 남자들은 "스튜디오 스케줄이 잡혀 있어 그렇다.섹시한 포즈라서 야외촬영을 곤란하다"며 이상한 포즈를 요구했다.섹시한 포즈를 요구할때 마다 옷은 한겹씩 벗겨졌다.

마침내 알몸이 되버린 그녀에게 남자들은 성관계 포즈를 요구했다.거절하려 했으나 "여기까지 왔는데

마지막 장면만 찍자"라며 험악하게 말하는 남자들의 분위기에 눌려 마지못해 촬영에 응했다.그녀는 "빨리 찍고 그곳을 벗어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그녀의 모델 꿈은 결국 음란물 촬영으로 이어졌고 그녀의 얼굴이 노출된 음란물이 온라인을 떠도는 바람에 지금은 자살을 생각하는 등 심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경남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4일 여대생 등 20대 여성의 취업을 미끼로 구인.구직 인터넷 사이트에 허위 광고를 게재, 이를 보고 찾아온 여성의 음란 영상을 제작한 혐의(정보통신망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이모(35)씨 등 2명을 구속했다.

또 영상을 온 라인으로 유포시킨 혐의로 김모(29)씨 등 28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고교 동문인 이씨 등은 2004년 12월 구인.구직 인터넷 사이트에 '아마추어 의상 사진 모델을 구한다'는 광고를 실은 뒤 이를 보고 찾아온 A(22.여대생)씨 등 20대 여성 23명을 대상으로 음란 영상 200여편을 제작한 뒤 1000여만원을 받고 캐나다에서 운영하는 음란 사이트에 공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 등은 청년 실업이 심각한 점을 악용,고액의 임금 등을 내세워 여대생 등을 유혹한 것으로 경찰조사 결과 밝혀졌다.

이들은 여대생들에게 처음에는 평상복 차림으로 야외에서 사진 촬영해 안심시킨 뒤 서울 시내 여관 등으로 유인, 건장한 체격의 남자 2-3명을 동원시켜 반항하지 못하도록 하는 강압적인 분위기 속에서 음란 영상을 제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또 국내 추적을 피해 캐나다 현지 컴퓨터 서버를 임대해 인터넷을 이용해 최근 5년간 5개 음란 사이트를 운영, 140여억원의 부당 이득을 취한 혐의(정보통신망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사이트 운영자를 수배했다.

음란 영상의 희생이 된 피해자들은 20대 초반의 여대생이거나 대학을 졸업하고 갓 사회생활을 시작한 여성이 대부분이며, 직장을 구하던 중 구인.구직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했다가 고액의 아르바이트 허위 광고에 속아 음란 영상을 찍는 꾐에 빠졌다.

피해 여성들이 영상의 삭제를 요청했으나 제작자들은 음란 영상물을 사이트 운영자에게 그대로 팔아 넘겼다.

이때문에 직장 동료에게 영상 내용이 알려져 직장을 그만두는가 하면 남자 친구에게 알려져 헤어진 사례가 있었다고 경찰은 말했다.또 누가 알아 볼까 봐 아예 집 밖으로 외출하지 않아 갇혀있다시피 하거나 자살을 결심하는 등 심한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결혼을 앞둔 한 여성은 얼굴이 알려질까 전전긍긍하고 있으며 취업을 아예 포기하기도 했다.

경찰관계자는 "취업난과 쉽게 돈을 벌려는 세태가 이러한 범죄의 토양이 되고 있다"며 "구인.구직 사이트의 허위 광고에 속지 않는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