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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제2 혁명' 사태 오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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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2004년 '오렌지 혁명'(민주 시민혁명) 이후 혼란을 거듭해 온 우크라이나 정국이 또다시 풍파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혁명 주역인 빅토르 유셴코 대통령과 그의 정적 빅토르 야누코비치 총리 사이의 갈등 때문이다.

유셴코 대통령은 2일 야누코비치 총리 세력이 주도하는 '최고 라다(의회)'에 해산 명령을 내리고 5월 말 조기 총선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5년 임기의 현 의회는 지난해 3월 출범했다.

그는 이날 저녁 TV 연설에서 "의회 내 다수파가 헌법을 위반하고 있다"며 "의회의 위기가 국정의 위기로 비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야누코비치 총리 세력이 대통령의 개혁 노선에 사사건건 제동을 걸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야누코비치 총리를 지지하는 의회 내 다수파는 즉각 반발, 대통령의 조기 총선 명령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선언했다. 이들은 최고법원에 이번 조치의 위헌 여부 판정을 의뢰하는 한편 조기 총선 실시를 위한 예산 집행을 차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의회 해산 사태는 지난달 말 야누코비치 총리 진영이 유셴코 지지파였던 의원 11명을 빼가면서 촉발됐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 원인은 유셴코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개혁 세력과 야누코비치 총리가 이끄는 수구 세력 간의 갈등이다. 오렌지 혁명 과정에서 유셴코에 밀려났다 지난해 3월 총선에서 자신이 이끄는 지역당의 약진으로 정치적 재기에 성공한 야누코비치는 사회당.공산당 등과 손잡고 지난해 8월 총리에 올랐다.

친 러시아 성향의 야누코비치는 그 뒤 유럽연합(EU).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 등을 추진하는 유셴코 대통령의 친서방 정책에 제동을 걸어 왔다.

산업 중심지인 동부 지역을 지지기반으로 하고 있는 야누코비치의 대기업 우선 정책에 서부 농업 지역의 지지를 받고 있는 유셴코가 반대하는 등 경제 개혁 방향을 둘러싸고도 갈등이 빚어졌다. 정치적 혼란의 와중에 경제는 곤두박질쳤다.

민심도 양분돼 있다. 수도 키예프에서는 지난달 31일 의회 해산 여부를 놓고 이를 찬성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이 대규모 시위를 벌이며 충돌했다. 현재 정부 청사와 의회 건물 주변에는 총리 지지자 1500여 명이 천막을 치고 농성을 벌이고 있다고 BBC가 전했다. 대통령 지지파도 대규모 시위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번 혼란이 제2의 혁명 사태로 이어질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유철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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