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포토스토리] "음악으로 세상을 밝히고 싶어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시각장애인 이윤주(34) 한빛맹학교 음악교사가 지난 2일 교내에서 열린 축하행사에서 해금을 연주하고 있다. [사진=최승식 기자]

“음악으로 세상을 밝히고 싶어요.”

시각장애학생으로 구성된 한빛 브라스앙상블에서 트럼펫을 연주하고 있는 윤석현(중2)군의 바람이다.

지난 2일 서울 수유동 한빛맹학교 연습실은 윤군을 비롯한 30여 명의 단원들이 연습에 열중이었다. 오는 10일 노원구에서 열리는 ‘찾아가는 음악회’를 위한 연습이었다.

이들 한빛 브라스앙상블 단원들은 한빛맹학교에 다니는 초ㆍ중ㆍ고교생 20명과 2년제 전문대학과정의 음악전공과 학생 10명 등 총 30명으로 구성돼있다. 한빛 브라스앙상블은 한빛맹학교 학생들이 의기투합해 지난 1984년 12월 창단했다. 지난 20년 동안은 단지 음악이 너무 좋아 모인 동아리모임 수준이었다. 하지만, 지난 2004년 김용복(47)씨가 음악감독으로 영입되면서 전문 관악연주단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한빛 브라스앙상블 단원들이 학교연습실에서 트럼펫연주를 하고 있다. [사진=최승식 기자]

모두 학생인 단원들은 수업이 끝나면 삼삼오오 학교연습실에 모여 연습한다. 일반인들로 구성된 연주단들 못지않은 연주솜씨를 자랑하게 된 것은 이들의 피나는 노력의 결과다.

단원 모두 유명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하루에도 수십 번씩 들은 후 몇 시간씩 반복연습을 한다.

이들은 점자로 된 악보를 손으로 읽는다. 하지만, 연주회에서는 악기를 연주해야하기 때문에 손으로 점자악보를 읽을 수 없다. 그래서 자신의 연주부분을 모두 외운다. 실제공연에서는 귀에 수신장치를 끼고 지휘자의 신호에 따라 연주한다.

이렇게 노력한 결과 이들은 클래식, 팝송, 가요 등 수십여 개의 레퍼토리를 자유자재로 연주할 수 있는 수준높은 연주단이 됐다.

실력이 알려지자 이들을 초청하는 곳도 늘었다. 지난해에는 11월 여의도 KBS홀에서 열린 두 번째 정기연주회를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20여 회에 걸쳐 초청공연을 펼쳤다.

시각장애 1급 전경호(20,음악전공 1년)군이 지난 2일 한빛맹학교 강당에서 열린 축하공연에서 마림바를 연주하고 있다. [사진=최승식 기자]

이들 학생들의 꿈은 음악에 대한 열정만큼이나 크다.

드럼 연주자 김지호(중3)군은 “최고의 드럼연주자가 돼 오케스트라나 록 밴드와 함께 연주하고 싶다”며 “일반인들의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깨고, 나와 같은 장애인들에게 희망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김용복 음악감독은 “이미 이 학생들은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말하던 것을 이뤄가고 있다”며 “세계적인 관악연주단으로 성장하는 것도 결코 상상 속의 일만은 아니다”고 말했다.

관련 화보는 포토스토리에서 볼 수있습니다.

최승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