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핵감축 계획 결론내린다/부시­옐친 정상회담 전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민주화 다짐받고 경제지원 약속/미도 경제난… 적극 지원 어려울 듯
구소련이 해체되고난 이후 처음으로 조지 부시 미 대통령과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간에 정상회담이 열린다.
양국 정상은 유엔안보리에서 일차 대면했으나 1일 부시 대통령의 캠프데이비드 별장에서 정식 정상회담을 갖고 전략핵무기 감축과 미국이 경제지원 문제등을 협의한다.
옐친 대통령은 유엔안보리를 통해 세계적인 지도자대열에 화려하게 등장하는 목적도 있겠으나 그보다는 부시 대통령과 미국과의 현안을 해결하는데 더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부시 대통령으로서도 과거 고르바초프 구소련 대통령과 가졌던 개인적인 교감을 이제 상대를 바꾸어 옐친과 나누어야할 필요가 생겼다.
과거 몇차례 옐친을 만난 일은 있으나 그때는 고르바초프와의 관계때문에 온전한 관계를 맺을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으로서는 이제 옐친 이외에는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그로 하여금 고르바초프와 다름없는 민주화와 시장경제를 추진토록 다짐과 함께 지원을 약속할 필요가 생긴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의 일차목적은 부시와 옐친이 각각 제의한 전략핵무기 감축에 대한 결론을 내리려는데 있다.
부시 대통령은 연두교서에서 러시아의 호응을 전제로 대대적인 전략 핵무기 감축을 제의했다.
지난해 여름 미·소는 전략무기감축협정에서 미국은 약 8천6백개의 핵탄두를,소련은 약 7천두의 핵탄두를 보유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그러나 부시는 이번에 미국과 구소련을 승계하는 독립국가연합(CIS)이 모든 지상다탄두 핵미사일을 제거하는 조건으로 미국의 핵탄두보유를 4천5백개 수준으로 유지하겠다는 제의를 했다.
이럴 경우 CIS의 핵탄두 보유수는 미국과 거의 같은 수준으로 되어 CIS로서도 받아들일만한 제의라고 보고있는 것이다.
그러나 내용적으로는 소련이 전통적으로 우세한 지상발사용 다탄두를 모두 없애자는 것이어서 과거 고르바초프등은 이같은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미국이 우세한 잠수함발사용 핵탄두를 같이 줄이자고 맞받아왔다.
미국은 이러한 소련의 입장을 계속 이어받은 CIS의 입장을 고려,CIS가 지상탄두미사일을 모두 제거할 경우 미국은 같은 조치와 함께 잠수함 발사용 핵탄두를 3분의 1로 줄이겠다고 제의하고 있다.
옐친 대통령은 이같은 미국의 제의에 한걸음 더 나아가 장거리핵탄두를 2천∼2천5백개까지로 줄일 것을 제의하고 있다.
이러한 옐친의 안이 만일 받아들여지게 된다면 작년 전략무기감축합의 이전상태에서 미·소 양국이 보유했던 1만1백개 정도의 장거리핵탄두가 20% 수준으로,즉 5분의 4가 줄어드는 획기적인 상황으로 진전되는 것이다.
이같은 혁명적인 핵감축이 상호 제의되고 있는 것은 더이상 두 강대국이 적대국이 아니라는 인식에 기초한 것이다.
옐친 대통령은 지난주 CIS의 핵탄두가 더이상 미국을 겨냥하지 않게 되었다고 밝힌 바 있고 미 국방부도 더이상 CIS가 미국의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공식확인한 바 있다.
다만 미국이 이른바 「별들의 전쟁」이라 불리는 미사일 요격망 구축계획은 계속 추진할 의지를 밝히고 있어 이 기술의 공유를 요구하는 옐친과 어떤 합의를 이루어낼지가 미지수다.
정상회담에서 옐친의 또 하나 주요 관심은 미국의 경제지원을 어떻게 확보하느냐는 것이다. 옐친은 자신은 시장경제 계획에 대한 미국의 지지와 함께 고르바초프가 해결하지 못한 세계은행의 가입문제와 미국기업의 대대적인 투자를 요청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뉴욕에 도착한 직후 옐친의 고위보좌관들은 『옐친의 정치적 미래가 경제발전에 달려 있으며 앞으로 3개월안에 가시적인 결과가 나타나지 않으면 위험하다』면서 미국의 지원을 적극 호소했다.
그러나 미국 자신도 경제난을 겪고 있는 상황이어서 지난번 CIS지원국 회의에서 밝힌 이상의 실질적 지원은 어려운 상태다.<워싱턴=문창극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