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이슈] M&A, 올 들어 1000조원 … 물고 물리는 지구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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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에 있는 ABN암로 사옥 앞을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ABN암로는 현재 바클레이즈 은행 등에 매각을 추진중이다. [블룸버그]

미국시간으로 2일. 시카고와 로스앤젤레스에서 주목할만한 발표가 나왔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와 라디오방송국 등을 소유한 미국의 트리뷴 컴퍼니가 경영난에 허덕이다가 시카고의 부동산 재벌 샘 젤(65)에게 팔린 것이다. 인수금액은 82억 달러. 요즘 세계 시장에서는 인수합병(M&A) 바람이 뜨겁다. 1분기에만도 1조1300억 달러(약 1000조원). 분기사상 최대 규모다.

◆줄이은 M&A=로이터에 따르면 세계적 사모펀드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는 100억 파운드(약 19조원)에 영국 최대의 건강.미용용품 업체 '얼라이언츠 부츠' 인수를 추진 중이다. 얼라이언츠 부츠는 영국내에 3000여개, 유럽지역에 380개의 매장을 갖고 있다. 담배회사 알타디스도 시장에 나와있다. 알타디스는 지난달 영국의 임페리얼 토바코가 인수액으로 제시한 80억 달러가 적다며 거부한 바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현재 알타디스 인수에 사모펀드 CVC캐피탈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M&A 시장의 가장 큰 떡은 세계 53개국에 4500여개의 지점을 가진 네덜란드 최대 은행 ABN암로. 영국의 바클레이즈 은행이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데, 양사가 합쳐질 경우 씨티.HSBC.뱅크오브아메리카(BOA).JP모건에 이은 세계 5위권 은행이 된다. 바클레이즈는 인수액으로 800억 달러를 제시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ABM암로는 미국의 씨티그룹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유럽의 강자인 ABN암로를 인수할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 시티의 영업력을 더욱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업체가 미국의 크라이슬러. 다임러-크라이슬러 그룹 디터 제체 회장이 매각을 시사한 후 업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사모펀드인 블랙스톤 그룹, 서버러스 캐피탈 매니지먼트, 캐나다의 자동차 부품업체 마그나 인터내셔널 등 세 곳이 대표적인 인수추진 업체들이다. 크라이슬러 인수금액은 50~90억 달러로 추정된다.

◆사모펀드가 주도=글로벌시장 1분기 M&A 규모 1조1300억 달러는 지난해 1분기의 9878억 달러에 비해 14% 늘어난 수치다. ABN암로 M&A 등이 성사되면 올해 M&A 규모는 지난해의 3조50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올해 M&A 열풍을 일으킨 것은 사모펀드(PEF). 사모펀드가 주도한 M&A는 올 1분기 1660억 달러로 전체의 15%를 차지한다. 올 2월에는 KKR과 텍사스퍼시픽 그룹이 미국 전력회사 TXU를 450억 달러에 인수하기도 했다. 모건스탠리의 유럽 M&A담당인 개빈 맥도널드는 "사모펀드가 공격적으로 기업 인수에 나서며 규모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사모펀드의 M&A에 대해서는 인수 후 일정기간 동안 보유하다 차익을 얻은 후 팔아치운다는 부정적 시각도 적지 않다.

염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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