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동시사찰도 따로 추진/북한 빈서 핵서명 하던 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IAEA “무거운 짐 덜었다” 안도감/미일기자 영변핵 사찰포함 여부 관심
○…만 6년1개월을 끌어온 북한과의 핵안전협정 체결 문제가 마무리된 30일 빈 교외 도나우강변에 자리잡은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국에는 무거운 짐 하나를 덜었다는 안도감이 가득.
사무국의 한 관계자는 『북한이 협정에 서명함으로써 IAEA 사무국차원에서 할 일은 사실상 다 끝난 셈』이라면서 『이제 앞으로 남은 문제는 얼마나 조속히 북한이 이 협정을 비준,협정상의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느냐』라고 강조.
○…30일 오전 10시 정각 IAEA 본부 28층에 있는 사무총장실에서 거행된 서명식은 한스 블릭스 IAEA 사무총장과 홍근표 북한 원자력공업부 부부장이 한글과 영어·러시아어 등 3개국어로 된 전문 1백16조의 협정문에 번갈아 서명함으로써 7분만에 종료.
사무총장실을 꽉 메운 보도진의 플래시 세례를 받으며 서명을 마친 두사람은 즉석에서 간단한 연설로 서명에 즈음한 각자외 입장을 피력.
블릭스 사무총장이 북한의 조속한 협정비준과 이행을 촉구한데 대해 홍부부장은 『최선을 다해 협정을 성실히 이행할 것』이라고 답변.
○…서명식에 이어 홍부부장과 블릭스 사무총장은 40여분간에 걸쳐 비공개 환담을 나눴다. 이자리에서 홍부부장은 조만간 블릭스 총장이 평양을 방문해줄 것을 요청.
그러나 이에 대해 블릭스 총장은 원칙적으로 초청을 수락하지만 북한이 협정 비준절차를 완료,협정을 발효시키기 전까지는 곤란하다는 입장을 표명했다는 후문.
○…이날의 서명식과 뒤이어 있은 북한측의 기자회견에는 70여명의 각국 보도진이 몰려 북한의 핵개발문제가 세계적인 관심사임을 입증.
보도진 가운데는 한국기자들외에 일본과 미국기자들이 특히 많았는데 이들은 주로 영변 핵시설의 사찰대상 포함여부에 집중적인 관심을 표명.
○…이날 보도진의 특별한 관심속에 진행된 기자회견은 당초 예상대로 북한측의 원론적 답변으로 결국 별 성과없이 끝났다.
○…30일 북한과 IAEA간의 핵안전협정이 체결된후 북한측 대표단의 일원인 장문선 외교부조약국장은 기자회견을 갖고 각국 보도진의 질문에 답했다. 다음은 이날 그가 IAEA본부 7층 회의실에서 각국보도진 70여명과 가진 1문1답 요지.
­협정의 비준시기와 절차에 관해 구체적으로 밝혀달라.
『비준절차에는 응당 시간이 걸린다. 일반적으로 6개월이상,1년 혹은 몇년씩 걸리는 경우도 있다.그러나 우리는 이보다 훨씬 빠른 시일내에 비준하게될 것으로 생각한다.』
­앞으로 1년후면 비준·발효절차가 모두 끝나 핵사찰이 시작될 수 있을 것으로 보는가.
『그렇게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 그보다 훨씬 빨리 될수 있다는 가능성을 생각하고 있다.』
­북한의 협정비준절차를 자세히 말해달라.
『법치국가의 대외관계에서 위신에 관계되는 중요한 문제가 바로 협정이나 조약의 비준이다. 더구나 우리는 인민이 나라의 주인이기 때문에 협정의 비준은 인민들의 최고의사기구인 인민회의에서 결정하게 돼있다. 그러나 사안에 따라 그 상위기관인 상임회의나 최고권력기구인 중앙인민위원회에서도 심의할 수 있도록 돼있다. 우리는 국내법이 허용하는 범위내에서 이 절차를 최단기화하려는 노력을 다할 것이다.』
­남한측과 합의한 한반도 비핵화선언에 따른 남북한 동시사찰과 IAEA와의 협정체결에 의한 핵사찰중 어느 것에 우선권이 있는가.
『그 두가지는 협상대상이 서로 다른 별개의 문제다. IAEA에 의한 핵사찰은 협정에 정해진대로 받고,남한과의 동시사찰은 또 그것대로 추진할 것이다.』
­영변이 신고 명세서에 포함되지 않을 경우 특별사찰이 불가피하다는 견해가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우리는 IAEA와 체결한 협정에 따른 사찰을 받을 뿐이지 그밖의 사찰문제에 대해서는 생각해본적이 없다.』<빈=배명복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