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시대 통치기록 해제·공개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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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총무처산하 정부기록보존소가 그동안 역사 속에 묻어 뒀던 일제의 통치기록을 해제해 공개키로 한 결정(중앙일보 28일자 2면, 일부지방29일자)은 근·현대사 연구의 만성적인 자료부족을 해소해 줄 일대전환으로 기대된다.
공개될 문서는 2차 대전에 패망한 일제 총독부가 청사에 남기고 간 통감부와 총독부의 것들로 미군정을 거쳐 우리 정부로 넘어왔다. 물론 당시 일본이 문제가 될 소지가 다분하다고 우려되는 중요문서의 대부분은 태워 버렸지만 그래도 남아 있는 자료가 약 4만5천여 건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이다.
이들 문서는 절대적으로 사료가 부족한 근·현대사연구에 있어서 엄청난 보고다.
그러나 보존 소는 이들 문서의 대부분을 지금까지 실질적으로 공개하지 않았었다. 이는「당시의 문서 중 공개될 경우 국익에 해로운 것이나 살아 있는 후손에게 구체적인 피해를 줄 수 있는 것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러나 보다 1차적인 이유는 자료가 제대로 정리되어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늦게나마 보존 소가 해제를 만들고 이를 출판해 공개하기로 한 것은「자료정리」와「공개」라는 두 가지 숙제를 한꺼번에 해소할 수 있는 첫걸음이다.
해제라는 것이 어려운 일본어로 기록된 내용을 하나하나 번역하는 것이 아니고 문서의 대체적인 내용과 성격을 간단히 설명하는 것이기에 직접적인 사료제공은 아니다. 하지만 일단 해제된 자료는 쉽게 찾아볼 수 있기 때문에 1차적인 정리작업으로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이번에 해제된 1백61건은 전체자료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보존 소가 1천만원의 예산을 들여 최영택 교수(국제 대·법학)에게 의뢰, 1년만에 거둔 시범적인 성과다.
이제 보다 본격적인 작업이 필요하다. 통일을 준비해야 하는 시점에서 분단직전의 역사를 제대로 정립하지 않을 수 없다. 본격적 작업을 위해 국사편찬위원회나 정신문화연구원, 독립 기념관부설독립 운동연구소, 민족문화 추진 회와 같은 기존의 역사연구 전문기관과의 협조가 있어야 한다. 몇몇 개인에게 맡기는 방식으로 풀기에는 너무나 중요하고 방대한 작업이기 때문이다. <오병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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