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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방향 바뀌자 초조한 나날/경비과장은 왜 자살했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사건파문 너무 커져 당황/믿었던 정씨도 진술번복
단독범으로 발표됐던 경비원 정계택씨(44)의 범행부인·진술번복으로 답보상태에 빠졌던 서울신학대 후기대 입시문제지 도난사건의 수사가 이학교 경비과장 조병술씨(56)의 자살로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검·경찰은 그동안 경비원 정씨의 범행으로만 믿고 수사하다 여의치않자 최근 학내분규에 의한 범행으로 수사방향을 선회,조종남 전 학장의 연임을 둘러싼 반대·지지세력을 중심으로 추적하고 있었다.
검·경찰은 그중에서도 조 전학장의 지지파 보다는 반대파의 범행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고 이를 중점적으로 캐고 있었으나 경비과장 조씨의 자살로 학교내부의 자작극 여부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해진 셈이다.
검·경찰은 조과장이 ▲경비원 정씨와 수험생 황모양과의 친분관계를 경찰에 털어놓아 정씨를 범인으로 지목토록 했고 ▲정씨에게는 『사건당일 야간순찰을 정상적으로 했고 숙직실에서 잤다고 진술하라』고 허위진술을 시켰으며 ▲현장에서 발견된 지문 7개중 유일하게 조과장의 지문이 선명하게 판명된 점 ▲조과장이 시험지 호송을 맡아 직접 차를 몰고 시험지를 인수해 보관시킨 점 등으로 미루어 문제지 도난과 깊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있다.
조과장은 성결교의 독실한 신자로 어지간해서는 교리에서 죄악시하는 자살을 했을리 없고 ▲부하직원에 대한 감독소홀책임 ▲경비과장직에서 직위해제된데 대한 비관 ▲30년전의 전과사실 공개 등은 직접적인 자살동기로는 선뜻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구나 경비원 정씨에 대한 감독소홀 부분은 정씨가 진술을 번복,범행을 전면 부인하고 있는 시점이고 직위해제도 『사건이 끝나면 복직시키겠다』는 약속을 받은 상태이기 때문에 자살동기로는 설득력이 약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검·경찰은 조과장이 시험지 도난사건에 깊숙히 관여했으며 수사방향이 학내분규로 좁혀지면서 자신의 범행관련부분이 드러날 것을 우려해 자살했다는 심증을 굳히고 있다.
특히 조과장이 경비원 정씨를 범인으로 지목,구속까지 시켰으나 정씨가 당초 자신의 단독범행이라고 진술했다가 최근에는 전혀 관계가 없고 범인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나서자 자살했다는데 의혹을 품고 있다.
즉 조과장은 당초 사건이 이렇게 크게 사회문제로 확대될 것을 예상하지 못하고 범행에 관여했다가 사건이 걷잡을 수 없이 번져 수습할 길이 없게되자 자살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조과장과 정씨는 공모관계일 수 있으며 조과장의 각본에 따라 내용도 잘 모른채 정씨는 범행을 자백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경찰관계자는 조과장이 황양과의 관계를 들추며 경비원 정씨를 범인이라고 지목한 것이나 경비원 정씨가 시험지나 범행때 쓰인 칼의 행방조차 모르고 횡설수설하는 점,황양이 문제지 도난과는 전혀 무관하고 이같은 주장을 어처구니없다고 여기는 점 등이 이를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조과장이 범행에 관여했다면 조 전학장의 연임을 주장하는 교내 지지세력의 지시를 받았을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곧 「학교측의 자작극」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또 자작극이라면 과연 이 사건을 일으켜 어떤 목적을 이루려고 했으며 이해관계가 무엇인지를 캐고 있다.
그러나 수사대상이 종교계통의 학교관계자들이란 점에서,또 학교가 이 사건의 가장 큰 피해자이기 때문에 수사가 한층 신중하게 진행돼야 한다는데 어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부천=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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