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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할린 동포의 한 글로 남기고 싶었어요"|영화『명자 아끼꼬 쏘냐』소설로 출간 시나리오작가 송길한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시나리오작가로서 송길한씨(52)의 관심은「한국인」과「분단」문제에 집중돼 있다.
그는 좌우가 혼재돼 갈등했던 그의 가계사가 그에게 지워 준 해원의 의무를 성실하게 글로 수행해 왔었다.
그는 80년 망실공비와 토벌경찰의 30여 년 간에 걸친 쫓고 쫓김을 통해 이데올로기의 헛됨을 그린『짝코』를 시작으로 임권택 감독과 손잡고『만다라』『안개 마을』『불의 딸』『길소뜸』『티겟』『씨받이』등 80년대의 매우 중요한 영화들을 발표했다.
특히 그의 존재는 힘든 여건 속에서도 가능한 오리지널시나리오(「짝코」「길소뜸」「아메리카 아메리카」「씨받이」「티겟」등)에 매달려 더욱 빛난다.
그런 송씨가 자신의 시나리오로 만들어져 곧 개봉될 영화『명자 아끼꼬 쏘냐』의 내용을 소설로 다시 써 출간했다.
『명자…』는 알려진 대로 일제시대에 한 한국 여인이 사할린으로 흘러가 오늘까지 억류돼 있는 비극이다.
『2년 이상「명자…」에 매달렸어요. 사할린에도 두 차례 취재 차 갔습니다. 거기서 생존해 있는 동포 1세들로부터 그들의 장강과 같은 한을 들었습니다. 영화가 완성돼 갈 무렵 소설로 다시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영화란 아무래도 1회 성이란 한계가 있기에 생명력이 훨씬 긴 글로 사할린 교민들의 한을 남겨야겠다는 의무감 때문에 소설로 다시 썼다는 이야기다.
『기회를 어떻게든 마련해 사할린 동포들의 이야기를 대하소설로 써 볼 생각도 합니다.
그동안 시나리오로 다뤄 본 해방공간은 소설로도 많이 나왔고 이를 영화적으로 어떻게 다룰까 하는 문제가 큰 고민이었지만 사할린동포 문제는 우리 역사는 물론 문학에서도 기아처럼 방치돼 있어 글쓰는 사람으로서 끝까지 덤벼 볼 작정입니다.』
송씨는『명자…』가 계기가 돼 앞으로 자신의 시나리오 작업에도 변화가 올 것 같다고 했다.
우선은 영화의 무대를 넓혀 「통일」문제에 접근할 준비를 하고 있다. 가령 통독의 현장 베를린에서 한국통일의 한 전망을 살펴보는 영화나 또는 통일운동을 하다 베를린·뉴욕을 거쳐 지구의 끝 아르헨티나에까지 이르는 한국 지식인의 고뇌를 다룬 그런 시나리오를 쓰기 위한 자료를 수집 중이다.
지난번 SBS개국 때 SBS가 드라마집필을 의뢰한 것을 거부할 만큼 시나리오로 생계를 거는 송씨는 70년 일간지 신춘문예 소설 출신으로 대종·청룡·백상 등 한국의 모든 영화제 시나리오 상을 받은 작가다. <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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