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전 세계 FTA 경쟁 촉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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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한.미 FTA 협상이 타결된 2일 낮 주요 외신들은 기다렸다는 듯 긴급 기사를 타전했다.

로이터 통신은 "한.미 FTA는 1992년 북미 자유무역협정(NAFTA) 타결 이후 미국이 합의한 가장 큰 규모의 FTA"라며 "양국 정상이 협상 대표에게 전권을 주며 막판 협상을 유연하게 진행하라고 주문한 것에 비하면 타결이 무척 늦게 이뤄진 편"이라고 설명했다.

AFP 통신은 "양국 간 수출이 증대되고, 특히 한국 경제의 원기를 회복시킬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AP통신은 "미국시장에서 한국산이 일본과 중국산을 제치고 선호 수입품으로 위상이 올라가게 됐다"고 전망했으며 dpa통신은 "한국은 쌀을 지켜내고 미국은 쇠고기에서 이득을 봤다"고 평가했다.

뉴욕 타임스(NYT)는 2일자 신문에서 "농축산물과 공산품을 싸게 사게 된 두 나라 소비자들이 가장 큰 승리자"라고 보도했다. 신문은 한.미 FTA 협정의 의미에 관해서는 "두 나라 간 협정 체결로 미국이 아시아에서 경제적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을 견제할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NYT는 또 "한.미 FTA는 미국이 그동안 체결한 FTA 중 가장 중요한 의미가 있으며 부시 행정부엔 커다란 승리"라고 덧붙였다. 이에 더해 "한.미 FTA 협정으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FTA를 체결하라는 경쟁이 촉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양국 의회에서 협정이 비준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이번 협정 체결로 한국 산업계의 자신감과 투자 의지가 살아날 것"이라고 평가했다. 통신은 또한 한국 쇠고기시장이 단계적으로 개방될 경우 미국의 쇠고기 축산 업계가 얻는 이득이 한 해 1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우존스는 "당장은 한국 자동차 업계가 미국으로 수출되는 3000cc 이하 자동차의 관세 폐지로 이득을 보겠지만 장기적으론 미국서 만들어진 일본 차와 경쟁이 불가피하게 됐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주요 인터넷 포털도 한.미 FTA 타결을 주요 뉴스 목록에 올렸다. 구글은 이날 오후 한.미 FTA 관련 뉴스를 700건 이상 링크로 걸어놨다.

미국 이외의 지역에서도 한.미 FTA 타결은 주요 뉴스로 취급됐다.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한.미 FTA는 특히 한국에 중요한 경제적 기회를 의미한다"며 "앞으로 유럽연합(EU), 중국 등 다른 주요 무역 파트너와의 FTA 협상도 추진력을 얻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프랑스 언론은 2일 한국과 미국의 FTA 협상 타결 소식을 전하면서 한국에서 일고 있는 찬반 양론을 균형 있게 소개했다. 경제 일간지 라 트리뷘은 인터넷판에서 두 나라의 교역은 지난해 740억 달러를 기록할 정도로 번성하고 있다며 "협정 옹호론자들은 한국과 미국의 무역 국경 개방이 이미 중요해진 양측 교역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언론들도 2일 한.미 FTA 타결 소식을 주요 경제 뉴스로 보도했다. 러시아 NTV는 "FTA 체결이 한.미 경제관계의 발전을 촉진할 것이지만 많은 한국인이 협상 내용에 반대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 FTA에 반대하는 한국인들은 자국 제품이 미국으로부터 들여오는 값싼 수입품에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보고 있으며, 일부 한국 기업들은 정부의 보호정책이 없으면 파산에 처할 위험에 놓일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강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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