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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Bs] 웰컴 Ladies&Gentlemen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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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 사랑하는 사람들만 오세요." 서울 신사동 사옥의 라푸마 매장 앞에 오랜만에 모인 LG패션의 젊은사원들. [사진=김경빈 기자]

LG패션은 1974년 반도상사의 패션부문 '반도패션'에서 출발했다. '마에스트로' '헤지스' '닥스' 와 같은 유명브랜드가 이 회사에서 내놓은 것. 지난해 11월 LG상사에서 분리한 뒤 LG패션은 패션 전문업체로 새 출발을 선언했다. 디자인과 마케팅 역량을 전문화시켜 글로벌 패션회사로 발돋움하겠다는 것이다. 2005년 상하이에 지사를 설립했고, 지난해엔 파리.밀라노에 지사를 냈다. 조만간 일본.미국에도 거점을 만들 계획이다.

◆과감한 인재 투자=LG패션은 최근 2년간 인재육성 전략을 통째로 바꿔 왔다. LG상사와의 법인 분리를 앞두고 패션 회사에 맞는 인재를 키우기 위해 임금.교육 체계를 개편했다. 우선 지난해 초 기존 사원 임금을 평균 11%, 대졸 신입사원은 15% 정도 인상하는 임금개편을 단행했다. 신입사원 초임이 3100만원으로, 성과급을 포함하면 지난해 대부분 3600~3700만원을 받았다.

교육 프로그램도 정비했다. 사내 중국어.일본어 과정, 월례 세미나, 사외 특강 외에 2005년부터 해외 연수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사원 누구나 스스로 세운 해외 시장조사 계획을 제출해 회사에서 뽑히면 2~3개월 동안 경비를 보조받으며 해당 국가를 돌아다닐 수 있다. 디자이너 교육을 위해 이탈리아.영국 등 패션 선진국에서 3개월~1년씩 체류하며 디자인 감각을 익힐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도 계획하고 있다. 오규식 부사장은 "장기적으로 업계뿐 아니라 한국 대기업 중 최고 수준의 대우를 해 최고의 인재를 끌어들이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자유로운 회사 분위기=매주 수.금요일 서울 신사동 LG패션 본사에선 미니스커트 차림에 슬리퍼를 끌고 다니는 여직원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자유롭게 옷을 입고 오는 '캐주얼 데이'이기 때문이다. 이날은 임원들도 청바지 차림으로 출근하는 경우가 많다. 월.화.목요일은 정장 차림을 권한다. 마에스트로.TNGT.닥스 등 정장 브랜드가 많기 때문이다. 정장과 캐주얼을 동시에 만드는 업체이다 보니 이렇게 직원들도 정장과 캐주얼을 번갈아 입는 게 업무의 연장선상에 있다.

직원 사이의 관계도 다른 회사에 비해 유연한 편이다. 홍보팀 김동억 대리는 "디자이너실은 나름의 규율이 있으면서도 서로 '언니' '동생'이라 부를 정도로 친하다"며 "사무직원들도 서로 격식을 크게 따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구본걸 사장도 끈끈한 회사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애쓴다. 직원들의 생일엔 직접 마련한 축하카드에 호텔 뷔페 식사권을 4장 넣어 주는가 하면 간간이 회사 옥상에서 어묵 파티, 바비큐 파티를 열기도 한다.

◆어떤 인재를 원하나=경영관리.디자인.영업.MD 등 다양한 직군이 있지만 공통으로 필요한 덕목은 옷에 대한 사랑이다. 인재개발팀 지윤진 과장은 "스스로 신명이 나지 않으면 일을 즐겁게 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옷에 대한 열정을 알아보기 위해 입사 시험에서 패션 감각 테스트도 한다. 일명 '캐주얼 면접'이다. 면접 대상자는 모두 "자신을 잘 드러낼 수 있는 옷을 자유롭게 입고 오라"는 통보를 받는다. 트레이닝 복을 입고 오더라도 자신의 컨셉트를 잘 설명할 수 있다면 상관없다.

대학 전공은 따지지 않지만 디자인.MD 직군엔 의상학과 출신이 많다. 디자이너는 인턴제도를 통해서만 선발한다. 인턴들은 디자인팀의 막내 사원으로 6개월 동안 일한 뒤 최종 면접을 거쳐 선발된다.

임미진 기자<mijin@joongang.co.kr>
사진=김경빈 기자 <kgboy@joongang.co.kr>

■ 신입사원

"옷과 관련된 아르바이트는 안 해 본 게 없어요." LG패션 닥스 숙녀 브랜드에서 기획MD(머천다이저.merchandiser)로 일하는 백영미(26.사진)씨는 다양한 실무 경험을 앞세워 치열한 입사 경쟁을 뚫었다. 옷이 정말 좋아 서울대 의류학과(00학번)에 입학한 뒤 기회가 생길 때마다 패션 현장을 접하는 아르바이트를 했다. 대학교 2학년 때는 한국표준원의 인체 계측 조사에 참여해 지방을 돌아다니며 40~50대 여성의 신체 사이즈를 쟀다. 그때 경험이 숙녀복 브랜드를 관리하는 지금 큰 자산이 된다고 한다. 대학 3학년 땐 휴학을 하고 뮤지컬 명성황후의 의상 스텝으로 일하기도 했다. 밤을 새며 웨딩드레스에 구슬을 다는 아르바이트도 해 봤다.

다양한 현장 경험을 쌓은 대신 학점.토익점수 같은 취업 대비를 많이 못했다고 한다. 심지어 토익 시험도 입사 전 딱 한 번 봐서 서류 전형 기준(750점)을 턱걸이(760점)로 통과했을 정도다. 백씨는 "그래도 면접에서 다양한 실무 경험을 예로 들며 패션에 대한 내 열정을 보여줄 수 있었던 것 같다"며 "다시 대학 시절로 돌아간다고 해도 현장에 집중하는 취업 전략을 쓸 것 같다"고 말했다. 평소 쌓아둔 감각은 면접에서 잘 발휘됐다. 실무 면접에선 수많은 옷을 걸어놓고 "30대 중반 전문직 남성이 동창회에 입고 갈 옷을 코디해 보라"는 과제를 받았다. 그는 라인이 살아있는 경쾌한 느낌의 정장 재킷에 밝은 색깔의 니트 티셔츠를 매치해 자유로운 분위기를 표현했다고 한다.

백씨는 디자이너로 입사했다가 입사 1년 만에 MD로 직군을 바꾼 독특한 경우다. 시장조사나 기획업무를 하며 MD가 자신에게 맞는다는 걸 깨달았다고. 집중 생산할 아이템과 물량, 가격을 정하는 등 전체적 그림을 그리는 일을 하고 있다. 그는 "패션 업계에선 어떤 일이든 감성이 필요하다"며 "언젠가 브랜드 하나를 통째로 맡는 디렉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임미진 기자

■Q & A

Q. 올해 채용계획과 절차를 알고 싶어요.

A. 신입사원은 4월, 9월에 나눠 100명 정도를, 디자이너직 인턴사원은 3월, 8월에 나눠 30명 정도를 공채할 계획이다. 서류 전형은 학점.토익점수보다 자기소개서의 내용을 중시한다. 1차 실무면접에선 개성과 패션 감각, 발표력을 살펴보고 최종 임원면접에선 가치관과 열정, 인성을 주로 따져본다.

Q. 어떤 직군이 있나요.

A. 사무직은 경영기획.인사.재경 등 지원부서와 영업.마케팅 등 영업부서로 나뉜다. 상품기획 직무인 MD를 희망한다면 영업.마케팅 직무를 수행한 뒤 부서 이동을 통해 MD 직무를 맡을 수 있다. 전문직은 디자이너와 패터너(디자인에 맞는 옷본을 만드는 사람)가 있다.

Q. 직원들에겐 LG패션 옷을 싸게 주나요.

A. 백화점 정기세일 정도의 할인은 해 준다. 1년에 일정 한도에선 좀 더 파격적인 조건에 옷을 살 수 있다.

Q. 디자이너가 되려면 몸매도 중요하다는 소문이 있는데.

A. 여성복의 경우 피팅(옷의 디자인.사이즈를 중간중간 맞춰 보는 것)이 가능한 몸매라면 유리한 게 사실이다. 밤 늦게 옷을 만들다가 갑자기 피팅 모델을 불러오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력은 안 보고 몸매만 본다는 건 전혀 아니다. 자기 표현을 잘하고 개성을 잘 살릴 수 있는 사람인가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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