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Story] 한·미 FTA 7대 오해와 진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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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의 타결로 3000cc 이하 한국산 승용차의 관세가 철폐됨에 따라 자동차의 대미 수출이 크게 늘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2일 울산 현대자동차 선적부두에서 미국으로 수출되는 자동차가 호그오세아니아호에 선적되고 있다. [울산=송봉근 기자]

'제3의 개국'으로 평가받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드디어 타결됐다. 일반인이 오해하기 쉬운 일곱 가지 내용을 문답으로 정리했다.

① 소비자 후생이 최대 1000억원 이상 증대된다고 정부가 밝혔는데, 실감이 안 난다. 관세 인하로 수입품 가격이 내리겠지만 피부로 느끼는 효과는 그리 크지 않다는 말도 있던데.

"그럴 수 있다. 예를 들어 30%의 관세가 철폐되더라도 실제 소비자 가격 인하폭은 이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 소비자 가격에는 관세 이외에도 각종 내국세와 중간 유통업자 마진 등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② 국내에서 팔리는 말버러 같은 미국 담배 가격도 싸지나.

"별 영향이 없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말버러 옆면을 보면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라고 돼 있다. 제조 국가가 미국이 아니라 한국이기 때문에 당연히 관세 인하 효과는 없다."

③ 나이키 신발 등 수입되는 미국 유명 브랜드 가격은 어떻게 되나.

"일반적으로 수입되는 미국 상품 가격은 싸진다. 하지만 나이키 신발 등 미국 유명 제품 가운데 가격 하락폭이 크지 않은 경우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미국이 아니라 태국이나 중국 등 전 세계 각국에서 직접 생산돼 판매되고 있는 상품이 많기 때문이다. 한.미 FTA는 미국에서 생산된 제품에만 적용된다."

④ 교육의 공공성을 포기하는 것이라며 FTA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하지만 교육.의료는 협상에서 아예 빠졌는데….

"그렇다. 교육.의료는 협상 과정에서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정부는 애초 교육.의료.법률 등 서비스 개방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는 게 FTA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전교조와 의료단체 등 이익집단과 FTA 반대단체의 목소리가 커지자 정부는 개방을 하지 않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미국도 의외로 교육.의료 분야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이미 미국에 한국 유학생이 넘쳐나고 있고, 의료 서비스 역시 경제자유구역을 통해 진출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⑤ 현대자동차는 미국에 공장이 있다. 한.미 FTA로 이득을 볼 수 있을지.

"자동차는 이번 협정으로 큰 수혜를 볼 수 있는 분야다. 지난해 미국에 수출한 완성차는 87억 달러에 달한다. 경쟁이 매우 치열한 미국 시장에서 일본 차와의 가격차가 3% 내외에 불과하기 때문에 관세(2.5%) 철폐는 우리 차의 가격 경쟁력을 상당히 높일 수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미국시장에서 45만대의 차를 팔았다. 이중 24만대가 국내 생산분이며, 이 물량이 FTA 효과를 보게 된다. 물론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에서 생산하는 쏘나타 등의 경우 현지 생산이기 때문에 이미 관세를 내지 않는다. 국내 부품업체들이 무관세로 미국 시장에 진출하는 것 등을 따지면 효과는 작지 않을 것이다. 지난해 대미 부품 수출액은 26억 달러에 달한다. 미국은 중국에 이어 한국의 제2위의 자동차 부품 수출 대상국이다."

⑥ 대기업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중소기업은 더 힘들어지는 것 아닌가.

"꼭 그렇지는 않다. 중소기업이 주로 수출하는 가죽.고무 등은 10~20%의 고율 관세가 없어지기 때문에 대미 수출이 늘어날 것이다. 특히 관세가 48%에 달하는 운동용 신발은 큰 혜택을 볼 것 같다."

⑦ 섬유공장들은 대부분 중국에 있다. 도대체 무슨 이득이 있나.

"정부와 일부 업계의 견해가 좀 다르다. 정부는 이미 한국 섬유산업의 세계 시장 점유율과 대미 수출은 계속 줄고 있는 상황인 만큼 폴리에스테르와 날염 면직물 등을 중심으로 이득이 쏠쏠할 것으로 본다. 특히 모직물의 경우 관세(25%)가 없어지면 중국산보다 더 싸진다. 하지만 원사 기준으로 원산지를 판정하는 강화된 원산지 규정(얀 포워드 기준)을 적용받는 기업은 혜택이 있을 수 없다. 하지만 이 때문에 중국 원사에 밀리고 있는 국내 원사 업체들이 도약할 수 있는 기회라는 평가도 있다. 여성 재킷과 남성 셔츠 등 우리 주력 수출품목은 원사 기준 원산지 적용의 예외로 인정받았다."

서경호.윤창희 기자<praxis@joongang.co.kr>
사진=송봉근 기자 <bks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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