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갑 하이닉스 사장 "환경 중요성 고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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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하이닉스반도체가 구리를 사용하지 않는 반도체 제조 라인만 경기도 이천에 증설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초기 공정과 마무리 공정을 분리해 환경오염 논란을 피해가겠다는 의도다.

이 회사의 김종갑(사진) 신임 사장은 2일 서울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투자 시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 이천에 구리 공정을 쓰지 않는 반도체 라인을 먼저 증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이번 주 안에 결론을 내고 정부와 협의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이닉스는 지난해 이천에 증설을 추진했으나 환경 문제로 정부 허가가 나지 않자 충북 청주에 새 공장을 짓기로 최근 결정했다. 하이닉스는 2차 증설 후보지로 여전히 이천을 선호하고 있지만 구리 공정이 걸림돌이 되자 분리 방안을 들고 나온 것이다. 이천에서 구리공정 직전까지의 70~75% 공정을 소화하고 여기서 나온 반제품을 청주 또는 제3 공장으로 옮겨 최종 공정을 마무리한다는 것이다. 김 사장은 "일부 비효율적인 측면이 없지는 않겠지만 회사도 환경의 중요성을 공감하는 만큼 가능한 대안을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이닉스는 새로운 환경영향 심의 없이 증설 가능한 기존 유휴 부지만 활용할지 규모를 늘려 추가 심의를 받을 지 등을 놓고 내부 검토작업을 벌이고 있다.

한편 주식관리협의회(옛 채권단)의 지분 매각과 관련해 김 사장은 "시가 총액이 15조원을 넘는 회사의 경영권을 한 회사가 인수하기는 쉽지 않다"며 "주주들과 함께 어떤 형태로든지 주인을 찾는 방향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해외 매각은 기술 유출 방지 등 관련 법령 때문에 어렵다는 입장이다.

3년 안에 세계 반도체 업계 3위권에 진입하겠다는 건 무리한 목표가 아니냐는 질문에 "지난해 매출은 80억 달러고 올해 이후 매년 라인을 늘려가면 2010년에는 150억 달러 매출을 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반도체 업계 3위는 130억 달러 매출을 기록한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였다. 하이닉스는 7~8위 권이다. 그는 "취임 100일 안에 구체적인 로드맵을 담은 중장기 비전을 내놓겠다"고 덧붙였다.

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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