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 공동진출 길 텄다/방북 김우중 회장 귀국회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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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교통입지 좋아 남포 결정… 내달 다시 방북/남자본·북기술로 수년내 백억불수출 낙관
김우중 대우그룹회장은 26일 낮 12시 김포공항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방북목적은 친인척방문이 주된 목적이었던 정주영씨나 문선명 통일교주와 달리 사업문제를 논의하러 간 것이라고 밝혔다.
김회장은 또 『방북기간중 많은 곳을 돌아보고 많은 사람과 만나기 위해 오전 8시부터 오후 11시가 넘도록 강행군하는 바람에 자칫 북에서는 착취계층으로 인식될지도 모르는 자신이 현지인들로부터 「대단히 부지런한 사람」이라는 말도 들었다』고 말했다.
김회장은 북한공장을 시찰한 결과 ▲대외기술교류가 없고 자급자족을 위한 생산이 많아 원가개념이 없으며 ▲생산성이 남한의 2분의 1 수준으로 보였고 ▲수십년간 원자재를 들여와 제품으로 갚는 공산권끼리의 청산거래방식에 길들여져있어 마키팅 개념이 없다고 지적했다.
김회장은 그러나 현지에서 본 북한 노동력은 1백% 고교졸업수준의 양질이고 잘 훈련돼 있어 우리 자본과 기술이 결합되면 수년내에 1백억달러 이상의 제3국 수출실적을 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낙관하기도 했다.
다음은 김회장과의 1문1답.
­김일성 주석과의 면담은 방북전에 이미 예정된 것인가.
『그렇지 않다. 김주석과의 면담은 물론 일체의 방북일정은 평양도착후 짜여진 것이다.』
­정치나 통일문제에 대한 논의는.
『전혀 없었다.』
­남한경제인에 대한 메시지는 없었는가.
『최근 한반도에 평화기류가 흐르는 것이 기쁘며 특히 「김우중선생」의 첫 걸음이 경제교류를 여는 것이라고 치하했다.』
­남한정부의 메시지나 김주석의 친서를 서로에게 전달한 것 아닌가.
『아니다.』
­중공업이나 자동차 합작공장 논의는.
『우선 2백만∼3백만달러짜리 경공업부터 하는 것이 순서가 아니겠는가. 일단 작은 것부터 합영도 해보고 그쪽 물건도 사본뒤 단계적으로 일을 늘려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중공업분야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많은 자금이 들며 이에 따라 위험부담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통일 차원에서 당장 장사한다는 생각보다 협력한다는데 중점을 두어야 한다.』
­남포에 공장을 세우기로한 이유는.
『컨테이너도 어느정도 드나들만 하고 운송입지가 좋기 때문이다.』
­남포에는 대우공장만 들어가는가.
『결코 그렇지 않다. 북한이 2백만평정도 입지를 조성하면 대우를 비롯한 국내기업들이 공동으로 진출하게 된다.』
­컨소시험형태를 말하는가.
『그것도 하나의 방법이고 여러가지 길이 있을 것이다.』
­언제쯤 다시 북한에 들어갈 예정인가.
『김주석이 「내집 드나들 듯이 하라」고 말은 했지만 그럴 형편이 되겠는가. 일단은 합작공장건설을 위한 실무팀이 다음달 15일께 북한에 들어갈 예정이다.』
­부친께서도 북한에 살아계실 공산이 크지 않은가.
『살아계신다면 90이 넘었을텐데…』
­평양에서 가져온 「선물 보따리」를 좀 구체적으로 소개해 달라.
『합작공업단지 건립등 4개 항의 합의내용을 제외하면 큰 선물은 없다. 남북정치관계에 대해 묻는 모양인데 남북간에는 이미 고위급 회담도 열리고 있고 서로간의 연락창구도 마련돼 있는데 내가 나서 할 일이 무엇 있겠는가. 오해하지 마라』
­남북정상회담에 대해서는.
『언론이 사실보도를 해야 하는데 과열된 나머지 너무 앞서 가려 한다. 방북기간중 연형묵 정무원총리를 만났더니 남북총리회담과 관련해 남한 언론들이 너무 과장보도해 오해의 소지가 많을 것 같아 걱정스러웠다는 얘기를 전했다.<박의준·홍승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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