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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현장 이 문제] 청주 산남3지구 개발 '삐거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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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충북 청주시 흥덕구 산남동 일대의 산남3지구 택지개발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한국토지공사의 개발계획안에 대해 건설교통부 중앙도시계획위원회(중도위)가 최근 심의를 유보한 것이다. 중도위는 환경생태 보전 대책이 미흡하다는 점을 문제삼았다.

지역 환경단체들의 지적을 대부분 수용한 것이다. 토공은 계획을 다시 짜 오는 19일 재심의를 받을 계획이나 환경단체의 지적을 전면 수용할 경우 사업계획의 대폭 수정이 불가피해 반영 범위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산남3지구에 법원.검찰청사가 들어오기로 하면서 개발계획 원안이 반환경적으로 왜곡됐다며 청사 이전 백지화 등 근본적인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어 사업추진에 진통이 예상된다.

◇ 발단 및 쟁점=지난 5월 개발부지 복판의 원흥이방죽이 두꺼비서식지로 알려지면서 환경단체의 이의 제기가 본격화됐다. 수십만 마리의 새끼 두꺼비가 인근 구룡산 자락으로 이동하는 장관이 연출된 것.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원흥이 생태문화 보전대책위원회'가 구성되고 대책위는 시와 토지공사에 두꺼비서식지 보전을 요구했다. 이에 토공은 두꺼비 이동을 위한 2개의 생태 통로를 확보하는 선에서 실시설계를 변경했다. 대책위는 또 이 일대가 고려시대 원흥사 터였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발굴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이와 함께 대책위는 한달 전부터 법조 청사의 이전계획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유는 법원이 이른바 명당을 차지해 두꺼비의 생태통로를 충분히 확보하는데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대책위는 법조청사 입주 계획으로 아파트용지를 표고가 높은 산자락 쪽으로 배치하고 단독주택지를 중앙에 배치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대규모 절토가 불가피하게 된 점도 문제 삼고 있다. 대책위는 "전망 좋은 장소를 원하는 법원의 요구로 자연 훼손을 무릅쓰고 취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이에 중도위는 ▶표고 1백m 이상 녹지(산지)는 절대 보존할 것▶두꺼비의 남서쪽 이동 통로 폭을 4m에서 20~30m로 확대하고 지상 이동통로 1개를 추가할 것▶중앙부 단독주택지를 재배치할 것 등을 요구했다.

◇ 토지공사 입장=산쪽 아파트용지를 뒤로 물리고 아파트용지 사이로 계획돼 있는 생태통로를 추가 확보하기 위해 이미 분양한 아파트용지 일부를 되사야 함에 따라 전체적으로 사업성이 떨어지게 됐다.

또 현재 도에 계류 중인 실시계획 승인절차도 다시 밟아야 해 사업 일정 지연이 예상된다.

토공 충북지사 고한구 과장은 "전체적으로 아파트용지 면적은 줄어들겠지만 전면적인 계획 수정은 없을 것"이라며 "하루 빨리 개발하길 희망하는 주민도 있는 만큼 내년 상반기 착공이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대책위 계획=토공이 법원의 눈치를 보는 한 해결책을 찾기가 어렵다고 보고 권력기관에 의해 왜곡된 개발계획의 문제점을 집중 부각시키고 국회를 통해 법원의 답변을 요구키로 했다. 또 대법원 앞에서 시위도 벌일 계획이다.

윤송연 집행위원장은 "중도위 결정이 대책위 주장을 전폭 수용한 것은 아니어서 아쉽다"며 "토지공사 측은 권력기관 편의 봐주기식 개발계획이 결과적으로 비용과 시간 낭비를 가져온다는 점을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산남지구=1994년 택지개발예정지구로 지정 고시됐으며, 전체 면적은 1백96만6백여㎡(33만2천평)로 6천3백가구(아파트 5천6백가구 포함)가 건설될 예정이다. 토공은 99년 사업을 착수해 2005년 말 완공할 예정이었으나 외환위기 등으로 미뤄오다 현재 95%의 토지보상을 한 가운데 내년에 착공, 2007년 준공할 예정이다. 법원은 2008년 이전할 예정이다.

청주=안남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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