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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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풍수는 본래 중국 후한말에 일어난 학설이다. 음양오행설에 기초하여 집·무덤 따위의 방위 지형같은 것이 좋고 나쁨에 따라 사람의 길흉화복이 좌우된다고 믿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신라말부터 이에 심취하여 풍수설 또는 풍수지리설로 발전하기에 이르렀다.
아직도 풍수설을 일종의 미신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일부 학자들은 학문의 차원에서 이에 대한 연구를 거듭하여 몇년전부터 서울대학교에서는 이를 정식강좌로 개설했을 정도다.
풍수설을 신봉하는 사람들은 그 근거를 과학과 통계학에서 찾고자 한다. 과학적 근거는 자연환경론과 연계된 측면에서 찾아지며,통계학적 근거는 사람과 땅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모든 사건의 경험론적 통계에서 얻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풍수설에서 말하는 명당과 흉가의 근거는 명백하게 구분된다. 가령 명당의 조건으로는 첫째 산을 등지고 낮은 곳으로 향하라는 배산임수의 원칙,둘째 주건물은 높은데 위치해야 하고 정원과 행랑채는 낮아야 한다는 전저후고의 원칙,셋째 앞이 좁고 뒤가 넓어야 한다는 전착후관의 원칙 등이 강조된다.
나쁜집,혹은 흉가의 조건은 더더욱 까다롭다. 다산 정약용은 『산림경제』에서 풍론·수론·택지론·지세론등 10개항으로 나누어 주거를 정하는데 있어서의 금기사항들을 적고 있다. 「집터안에는 수명이 긴 나무를 심지 말라」 「나무뿌리가 집 처마밑에 들어오게 하지 말라」 「택지는 서가 높고 동이 낮게 하지말라」 따위가 그것이다.
물론 선인들이나 풍수설에서 좋지 않다고 지적된 것을 일부러 무시할 필요야 없겠지만,사람들에게 좋지 못한 일이 생길때는 그것이 꼭 풍수설 따위에 연관되어 땅탓,집탓으로 돌리는 경우가 전혀 없지는 않을 것이다.
집값을 떨어뜨리려고 한밤중에 돌을 던져 흉가로 소문나게 한 얼마전의 사건이 비근한 예에 속한다.
전직 대통령이 청와대를 떠나면서 『청와대는 흉가다. 내가 이곳에서 살아나가는 전통을 세우겠다』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파악되어야 한다. 경무대 시절의 대통령이 망명하는 일이 생기고,유신시절의 대통령이 시해됐다는 사실만 가지고 청와대를 흉가라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청와대는 명당이라고 말한 풍수연구가도 있었지 않은가.<정규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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