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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 세종기지서 8명 조난…얼음바다속 4명 살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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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남극 세종과학기지에 파견돼 있는 연구대원 여덟명이 인근 해역에서 조난됐다가 네명이 구조되고 한명이 숨졌다. 나머지 세명도 육지에서 생존해 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남극에 파견돼 있는 각국 수색대가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8일 국무총리실에 따르면 킹조지섬 세종기지에서 1년간 파견근무를 마친 연구대원 24명을 귀환시키기 위해 인근 칠레기지로 후송하고 6일 오후 1시10분(이하 현지시간, 한국이 12시간 빠름) 기지로 출발한 강천윤(39)연구반장 등 연구대원 세명이 바다에서 조난, 실종됐다.

대원을 이송했던 세종1호는 무사히 기지로 돌아왔으나 이들이 탄 세종2호는 7일 오전 8시30분 "세명 모두 안전하다"는 마지막 교신을 남기고 연락이 두절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을 구조하기 위해 출동한 김홍귀(31)연구대원 등 다섯명도 1시간50분 동안 수색작업을 하던 중 기상 악화로 타고 있던 고무보트가 뒤집혀 조난당했다.

구조하러 갔다 조난당한 대원 중 김홍귀.정웅식(29).진준(29).황규현(25)씨 등 네명은 8일 오전 10시20분 중국기지 앞 알드리섬 대피소에서 러시아 수색대에 의해 구조됐다. 그러나 전재규(27.서울대 대학원생)씨는 추위에 탈진돼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러시아 수색대는 "구조된 네명의 건강은 양호하며 나머지 실종자 세명도 육지에 있을 것으로 추정돼 3~4일은 더 버틸 수 있을 것"이라고 전해왔다. 러시아 수색대는 구조된 대원들과 전씨의 시신을 일단 칠레기지로 후송할 예정이다.

현재까지 실종상태인 대원은 세종2호에 탑승했던▶강천윤(연구반장)▶김정한(27.연구원)▶최남열(37.기계설비담당)씨 등 세명이다.

세종과학기지 연구대원은 매년 20~30명이 1년 단위로 파견근무를 하고 있으며 이번 조난사고는 제16차 월동 대원 24명을 항공기가 있는 칠레기지로 이송하고 기지로 돌아오던 중 발생했다.

정부는 먼저 실종된 세명 역시 생존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칠레와 중국.러시아기지 등과 함께 해변가를 중심으로 육상 수색활동을 펴고 있다. 또 현지에 있는 아르헨티나 군함과 러시아 보급선의 협조를 얻어 인근 해역을 수색 중이며 날씨가 좋아지는 대로 칠레 공군의 헬기가 수색작업에 나설 예정이다.

김예동 극지연구소장은 "실종된 대원들이 구명복을 입고 있고 현지 기온이 하루 종일 영하 3도 정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상당한 시간을 버틸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이날 국무조정실 조영택 기획수석조정관 주재로 외교통상부.해양수산부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해양연구원에 상황실을 설치, 운영키로 했다.

또 사고 수습 및 대책 마련을 위해 국무조정실 최경수 사회수석조정관을 단장으로 관계부처 1급이 참여한 사고대책반을 설치키로 했다.

정철근 기자

*** 남극 세종기지는

남극 세종과학기지는 남극 대륙 북쪽인 사우스셰틀랜드 제도 킹조지섬에 있는 한국 최초의 남극 과학기지로 해저 지형.지층 탐사, 저서 생물.해양생물 채취, 육상 동식물 분포 조사 등의 과학활동을 수행해 왔다. 기지는 1988년 2월 17일 설립됐으며 연건축면적 2천8백20.1㎡에 본관동.연구동.숙소 등으로 이뤄져 최대 35명의 연구 인력이 상주할 수 있다. 현재 국무총리실 산하 해양연구소 극지연구소 소속으로 북극 지역에 있는 다산연구소와 함께 우리나라 극지과학 연구를 담당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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