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씨측 반응] 측근들 "믿기 어렵다" 충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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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 한나라당 전 총재 측은 8일 서정우(徐廷友)변호사의 긴급 체포 소식으로 큰 충격에 빠졌다. 그의 비자금 수수가 확인될 경우 李전총재도 검찰의 칼을 피하기 어려울 걸로 보이는 까닭이다.

한 당직자는 "李전총재로선 턱 밑에 칼이 닿은 느낌일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李전총재 측근에 대한 전격 수사설은 당 주변에선 2~3일 전부터 번졌다.

당 핵심 관계자는 "지난 주말 徐변호사와 李전총재의 다른 핵심 측근이 출국 금지됐다는 얘기를 들은 바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한인옥 여사 외엔 가장 가깝다"는 徐변호사가 전격 체포되자 李전총재 주변에선 "믿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런 침통한 분위기로 李전총재 측은 사태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도 극도로 말을 아꼈다. 李전총재의 대변인역을 맡고 있는 이종구 전 언론특보는 "주변 사람이 (李전총재에게) 보고했으나 별 말이 없었다"며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좀더 지켜보겠다는 자세"라고 전했다.

측근으로 꼽히던 의원들도 마찬가지다. 양정규.하순봉 의원은 모두 "얘기는 들었으나 뭐라 코멘트할 입장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나 측근 그룹 내에서는 "李전총재가 이제는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측근은 "바로 직계인 徐변호사가 거명되는데 李전총재가 직접 나서서 해결해야 되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당 안팎에서도 李전총재가 조만간 기자회견 등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밝힐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한나라당 수뇌부도 경악했다. SK 비자금 1백억원 수수 사건이 끝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또다시 메가톤급 비자금 스캔들이 터질지 모른다는 예감에서다.

이 같은 연쇄적인 비자금 스캔들은 한나라당이 예상했던 최악의 시나리오다. 내부적으로 당 수뇌부가 다른 비자금 수수건이 있는지 확인한 뒤 이를 한꺼번에 '고해성사'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도 그래서였다.

최병렬 대표도 "정치 경험상 대선 전에 SK 외에 다른 비자금 수수건이 없다고는 확신 못하겠다"면서도 "그러나 당 중진들을 상대로 어떻게 수사하듯 채근할 수 있겠느냐"고 토로한 적이 있다.

이 때문에 한나라당 수뇌부는 이번 徐변호사의 관련 사안이 또다시 '정국의 핵'으로 부상하는 것을 차단키 위해 부심 중이다.

남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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