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한국 로체샤르·로체 남벽 원정대 <9>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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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체(8516m)와 대면하다. 2007 한국 로체.로체샤르 남벽 원정대가 29일 오후 남체 남벽 아래 왼편 5220m 지점에 베이스캠프를 차렸다. 애초 계획(5100m)보다 100m 이상 높은 지점에 설치한 베이스캠프는 8000m가 넘는 거벽 로체와 로체샤르가 한눈에 들어오는 곳이다. 베이스캠프에서 캠프 1(5900m)까지는 약 5시간 거리, 바로 벽 등반이 시작된다.

베이스캠프에서 보낸 첫날밤, 로체 벽을 바라보는 원정대원 모두는 자연의 위대함에 경이를 표하지 않을 수 없었다. 보름달 아래 총총히 빛나는 별빛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어느 순간 하늘과 맞닿은 것 같은 로체 남벽을 마주하게 된다. 시커먼 벽 사이사이로 눈이 시릴 정도로 설빙들이 빛나고 있다. 직벽이 끝나는 지점에서 또 시작되는 직벽을 바라보며 대원들은 한동안 말없이 서 있었다. '저기를 올라야 한다'는 두려움 이전에 로체 자체에 매료될 수밖에 없는 상황, 베이스캠프의 첫날밤은 그렇게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보냈다.

22명의 원정대원과 17명의 세르파가 80여 일간 머물게 될 베이스캠프는 로체 아래 '코리안 타운'을 연상시키는 대규모 텐트촌이 만들어졌다. 대원들이 머무를 12동의 텐트와 세르파 숙소 7동, 식량과 장비 저장 텐트 5동, 주방과 식당용으로 쓰일 대형 텐트 각각 1동, 일명 '패밀리룸'으로 불리는 20인용 대형 돔 텐트 1동, 그리고 화장실 텐트 4동이다.

식수는 베이스캠프에서 100m 떨어진 눕체(Nuptse) 아래 얼음 지역에서 고무 호스를 이용해 끌어왔으며, 특별히 제작된 화장실 텐트는 바닥에 돌을 깔고 세로 모양의 텐트를 둘러 외부의 시선을 차단했다. 30일에는 발전기 시설과 전기 시설을 마련했다. 30일 밤부터는 환하게 불 밝힌 '코리아 타운'이 연출될 것이다.

엄홍길(47.트렉스타) 대장은 4월 5일로 예정된 라마제를 지낸 후 본격적인 등반을 시작할 계획이다.

로체 베이스캠프(네팔, 5220m)=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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