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기자를 왜 때리나/이수근 정치부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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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야권통합으로 새로운 정치모습을 보일 것으로 기대되던 야당에 폭력행사 관행이 여전해 실망스럽기 짝이없다.
민주당의 당원들이 17,18일 연이틀 취재기자들에게 폭행해 물의를 빚고 있다.
민주당측은 17일의 폭행사건에 대해 당차원에서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그러나 다시 그와 같은 사태가 일어난 것을 보면 민주당의 약속이 건성에 불과하고 이처럼 폭력이 행사되는 당내분위기에 대한 문제의식마저 없는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두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민주당의 관악을 지구당당원 1백여명이 17일 오후 당사로 몰려와 『배신자 이해찬의원의 공천을 반대한다』며 3시간이상 당사 점거농성을 벌였다.
이들은 3층 김대중·이기택 공동대표비서실에 담요를 깔며 「배신자 척결」을 주장했다.
당사 곳곳을 활개치며 난동을 부리던 이들은 급기야 4층 기자실에까지 몰려들어 폭언을 퍼붓고 취재기자의 목을 조르고 옷을 찢는등 행패를 부렸다.
당대표에 대한 맹목적 충성을 명분으로 농성을 부리다 기자실을 30여분간 점거,봉쇄한채 기자들에게 폭언·폭행하고 있는데도 민주당 당료들이 오불관언으로 수수방관했다는데 문제가 있었다.
특히 구내방송과 대변인실 당직자들을 통해 폭행제지 지원요청이 전달됐음에도 불구,총무국 당료들은 폭력을 방치했다.
대변인실 관계자 표현대로 「지원요청에 코방귀나 뀌고 들은체 만체」 한 대다수 야당당직자들의 폭력방조태도는 야당의 폭력관행을 여실히 보여준 것이라고 아니할수 없다. 더군다나 문제의 발단이 된 부분에 있어 민주계와 신민계간의 미묘한 갈등이 있어 이 폭력행위가 의도적으로 방치되고 심지어 묵인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김대표도 이에 격분해 관계자 색출 및 엄벌을 지시하고 사과까지 했다. 그러나 김대표 수행원이 18일 아침 호텔롯데에서 김대표를 취재하던 사진기자를 폭행하는 어이없는 일이 재발됐다.
민주당이 새로운 면모를 보이려면 어떤 경우든 당내 폭력이 묵인되거나 허용되서는 안될 것이다. 폭력으로 언론을 왜곡시키려고 해서는 더더구나 안될 일이다. 민주당 일부당원의 행태에 강력한 유감을 표시하면서 이번 사태에 대한 민주당측의 처리를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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