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 계신 부모님께서 살아계셨다면 얼마나 기뻐하셨을까요. 합격통지서를 받고 저도 모르게 부모님 생각에 눈물을 흘렸어요."
올해 수시모집에서 서울대에 합격한 전주 영생고 3학년 정신영(鄭信永.18)군. 그는 초등학교 6학년 이후 혼자 모든 일을 처리해 온 소년가장이다. 그는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고 올 수능에서 3백58점을 얻어 사범대 과학교육계열에 당당히 합격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어머니는 암으로 돌아가시고, 다시 3년 뒤인 열두살 때 아버지마저 폐렴합병증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鄭군은 '하늘 아래 외톨이'가 됐다. 주변에는 도움을 청할 가까운 친척마저 없었다.
다행히 어머니와 친분이 있던 전주 샛별기도원 박순자 원장이 고아원 대신 기도원에서 생활하며 학교를 다닐 수 있도록 배려해 줬다. 鄭군이 기도원과 학교를 오가며 열심히 공부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일면식도 없는 주위 분들이 학비와 생활비를 보탰다. "중.고등학교를 다닐 수 있었던 것만도 행운입니다. 주변에서 알게 모르게 도움을 준 분들이 많습니다. 특히 실질적인 어머니 역할을 해주신 기도원 박원장님과 아버지처럼 이끌어주신 학교 선생님들께 머리숙여 감사드립니다."
그는 개인교습이나 과외는 꿈도 꾸지 못했다. 대신 학교 수업시간마다 노트정리를 충실히 하면서 선생님들의 말 한마디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오늘 배운 것은 반드시 오늘 끝낸다'는 마음가짐으로 복습을 철저히 했어요. 이해가 잘 안되는 문제가 있으면 교무실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면서 선생님을 귀찮게 했죠. 어떤 친구는 학원 공부에 정성을 쏟고 교실에서는 잠만 자는데 저는 학교 수업에 충실했습니다. 그랬더니 내신성적을 잘 받을 수 있었고, 시험성적도 쑥쑥 올랐어요."
"교사가 돼 저처럼 어려운 처지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을 돕고 싶어요. 사랑은 내리사랑이라고 하잖아요. 좋은 선생님이 돼 그동안 많은 분으로부터 받은 은혜를 평생 갚을 겁니다."
담임인 권승호(權勝鎬)교사는 "신영이는 마음이 맑아 대학생활도 잘 하고, 장차 훌륭한 교사가 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전주=장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