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소년가장 정신영군 서울대 사범대 합격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1면

"하늘에 계신 부모님께서 살아계셨다면 얼마나 기뻐하셨을까요. 합격통지서를 받고 저도 모르게 부모님 생각에 눈물을 흘렸어요."

올해 수시모집에서 서울대에 합격한 전주 영생고 3학년 정신영(鄭信永.18)군. 그는 초등학교 6학년 이후 혼자 모든 일을 처리해 온 소년가장이다. 그는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고 올 수능에서 3백58점을 얻어 사범대 과학교육계열에 당당히 합격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어머니는 암으로 돌아가시고, 다시 3년 뒤인 열두살 때 아버지마저 폐렴합병증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鄭군은 '하늘 아래 외톨이'가 됐다. 주변에는 도움을 청할 가까운 친척마저 없었다.

다행히 어머니와 친분이 있던 전주 샛별기도원 박순자 원장이 고아원 대신 기도원에서 생활하며 학교를 다닐 수 있도록 배려해 줬다. 鄭군이 기도원과 학교를 오가며 열심히 공부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일면식도 없는 주위 분들이 학비와 생활비를 보탰다. "중.고등학교를 다닐 수 있었던 것만도 행운입니다. 주변에서 알게 모르게 도움을 준 분들이 많습니다. 특히 실질적인 어머니 역할을 해주신 기도원 박원장님과 아버지처럼 이끌어주신 학교 선생님들께 머리숙여 감사드립니다."

그는 개인교습이나 과외는 꿈도 꾸지 못했다. 대신 학교 수업시간마다 노트정리를 충실히 하면서 선생님들의 말 한마디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오늘 배운 것은 반드시 오늘 끝낸다'는 마음가짐으로 복습을 철저히 했어요. 이해가 잘 안되는 문제가 있으면 교무실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면서 선생님을 귀찮게 했죠. 어떤 친구는 학원 공부에 정성을 쏟고 교실에서는 잠만 자는데 저는 학교 수업에 충실했습니다. 그랬더니 내신성적을 잘 받을 수 있었고, 시험성적도 쑥쑥 올랐어요."

"교사가 돼 저처럼 어려운 처지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을 돕고 싶어요. 사랑은 내리사랑이라고 하잖아요. 좋은 선생님이 돼 그동안 많은 분으로부터 받은 은혜를 평생 갚을 겁니다."

담임인 권승호(權勝鎬)교사는 "신영이는 마음이 맑아 대학생활도 잘 하고, 장차 훌륭한 교사가 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전주=장대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