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호주·태국 FTA 발효에 … 한국차 '바나나킥' 맞았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현대자동차는 2005년 호주 시장에서 4만8000여 대의 차량을 팔았지만 지난해 5%가량 판매가 줄었다. 1986년 호주 진출 이후 처음으로 판매량이 줄었다. 현대차가 느닷없이 된서리를 맞은 이유는 뭘까. 2005년 1월 발효된 호주와 태국 간의 자유무역협정(FTA) 탓이라고 현대차는 믿는다. 태국에서 자동차 공장을 가동하는 도요타.혼다 등 일본 자동차 업체들은 FTA에 따른 무관세 혜택을 앞세워 호주 시장을 공략한다. 도요타는 4개 공장을, 혼다는 2개 공장을 태국에서 가동한다. 호주.태국 FTA가 체결되자 일본 자동차 회사들은 2005년 하반기부터 태국산 일본차를 본격적으로 호주에 실어날랐다.

◆ 가격 경쟁력에서 일본차에 떨어져=호주의 자동차 관세는 10%다. 관세에 각종 세금을 더해 매기는 소비자 권장가격(MSRP) 구조 때문에 현대차의 클릭(현지명 게츠).베르나.아반떼.투싼 등 모델의 가격은 수출 원가에 21% 정도 더 붙는다. 반면 태국산 일본 소형차는 무관세 혜택을 보기 때문에 대당 평균 1000~1500달러까지 가격인하 효과를 봤다. 현대차가 주춤한 사이 도요타는 지난해 호주에서 21만3000여 대를 팔아 전년 대비 6% 신장했다. 혼다는 태국산 차를 앞세워 같은 기간 15%나 급증했다. 2005년 4만7000여 대였으나 지난해에는 5만4000여 대를 팔았다. 현대차의 호주 내 평판은 2003년부터 뚜렷이 좋아졌다. 일본차보다 10~20% 싼 데다 미 자동차조사회사인 JD파워의 품질지수가 개선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태국산 일본차의 습격을 받은 것이다.

◆ 걱정되는 중국의 FTA=현대차는 앞으로 중국이 각 나라와 맺을 FTA를 걱정한다. 인도.러시아 등 신흥시장의 관세 장벽은 선진국보다 높다. 중국 정부가 이들 국가와 FTA를 체결할 경우 중국 업체뿐 아니라 중국에서 생산한 다국적 자동차 업체들의 차량이 이곳으로 쏟아져 들어올 수 있다는 것이다. 한.미 FTA에서도 자동차 원산지는 중요한 쟁점이다. 미 정부는 미국이 아닌 유럽에서 생산한 미 브랜드 차도 한국에서 무관세 혜택을 보게 해 달라고 요구했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의 강철구 이사는 "호주의 경우처럼 한국의 주요 자동차 수출국이 우리의 경쟁국과 예상하지 못한 FTA를 체결할 경우 한국차는 가격경쟁력을 급속히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태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