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임금인상 “눈치작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총액기준 4.5%내서 조정 포철/업계 인상률 고려 3월 협상 삼성/자동차분규 계열사파급 긴장 현대
정부와 노조 경쟁업체 사이에서 적정수준의 임금인상폭을 찾기위해 기업들이 머리를 싸매고 있다.
정부가 총액기준 5%이내 임금인상 지침을 제시하자 주요기업들은 이를 환영하면서도 노조의 반발에 따른 노사분규를 우려,아직 내부적인 인상폭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기업들은 정부의 가이드라인을 참고하고 있으나 어차피 최종 인상폭은 노사협상에 의해 결정될 수 밖에 없어 우선 동종업계의 임금인상폭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대우·럭키금성 등은 임금협상시기가 4월 이후여서 아직 구체적인 인상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으며 2월말부터 협상이 개시되는 포철과 3월에 협상에 들어가는 삼성그룹의 임금협상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주목되고 있다.
포철은 이미 기본급과 호봉승급분을 포함,정부 가이드라인보다 낮은 총액기준 4.5% 이내에서 인상계획을 세워놓고 곧 노조와 협상에 들어갈 예정이고 지난해 정부가 제시한 한자리수 임금인상원칙을 지킨 삼성그룹은 올해도 정부 가이드라인과 타업계의 예상인상률을 고려해 노사협의회에 임할 것으로 보인다.
임금협상이 6월1일인 현대그룹은 지난해 기본급은 계열사별로 한자리수 이내에서 인상을 억제했으나 수당신설등 통상임금인상률이 15%에 달했다는 분석에 따라 올해는 정부안을 최대로 참고한다는 원칙만 세워놓았을 뿐 구체적인 계획수립은 아직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현대자동차의 분규가 아직 계속되고 있어 당장 그룹측은 분규의 불씨가 다른 계열사로 파급되는 것을 막는데 힘을 쏟고 있다.
이밖에 지난해 자동차분규로 홍역을 치른 대우와 기아자동차를 비롯,럭키금성·쌍용·동아·금호그룹 등은 정부의 방침과 노조의 동향,다른 회사의 임금협상추이를 지켜보는 눈치작전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재계는 일단 올해 임금인상은 정부 가이드라인과 경총이 제시한 총액기준 5∼7%의 인상원칙을 고수할 예정이지만 지난해 물가수준을 감안,주택구입자금등 복리후생쪽의 보상을 어떻게 해줄 것인가가 올해 임금협상의 또 다른 변수로 떠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편 여신규제,정부발주공사 참여제한,정부투자기관의 임금인상 자제 등 올해 정부측의 태도가 워낙 강경해 임금 인상수준은 지난해보다 낮지만 정부와 노조·동종업계 사이에 끼인 기업들의 눈치작전은 훨씬 심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이철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