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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일촌 시대, 온라인 평등 세상 오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 안쓰러운 글의 주인은 누구일까? 미니홈피 관리자임을 눈치 챘다면 당신은 눈썰미가 있는 것이다. 그는 바로 젊은이의 우상 '슈퍼주니어'의 멤버 김희철씨. 바쁜 연예계 활동 중에도 김씨가 끊임없이 업데이트하는 글과 사진을 보기 위해 팬들이 몰려든다. '싸이월드'에서 그의 홈피는 누적방문자수 면에서 1위. 3월 말 현재 2000만 명에 이른다. 하루 만 명 이상이 찾고 있다. 김씨는 팬 공간에 부적절한 글과 사진들이 올라오면 손수 지워가며 정성스럽게 홈피를 관리하고 있다.

김희철씨의 미니홈피와 그가 직접 올린 사진.

김희철 팬 페이지를 운영하는 임여정(27.여) 씨는 "팬들이 올리는 사진과 댓글을 일일이 확인하고 소통하려고 노력한다"며 "그의 글과 사진을 보면서, 그 역시 우리와 똑같이 울고 웃는 인간이구나 하고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SK커뮤니케이션즈의 신희정 과장은 "예전에는 연예인의 홈페이지를 소속사에서 대신 관리해줬지만, 요즘은 연예인들이 직접 관리하는 경향이다"며 "싸이월드 누적방문자수의 top 10은 모두 연예인인데, 그들 모두 직접 홈피를 관리한다"고 말했다. 일촌을 맺고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는 인맥관리사이트에서, 연예인은 친한 친구와 다를 바가 없다. 연예인도 친구가 되는 세상. 그것이 바로 수평적 네트워크를 이야기하는 웹 2.0의 정신이다.

◆ "친구가 한 명 있습니다" = 미국판 싸이월드인 '마이스페이스닷컴'(myspace.com)에 가입하면 바로 '일촌'이 한 명 생긴다. 전 세계 약 1억 6천만 명이 이용하는 이 사이트의 창업자 톰 앤더슨이 바로 그 첫 번째 일촌. 화면의 우측 아래에는 "친구가 한명 있습니다(You have 1 friends)"라는 말과 함께 앤더슨의 웃는 사진이 있다. 그는 지난 2005년 미디어재벌 루퍼트 머독에게 무려 5억 8천만 달러에 사이트를 팔아넘긴 바 있다.

마이스페이스에 가입하면, 창립자 톰 앤더슨이 첫 번째 친구가 된다.

그가 이 사이트를 만들게 된 계기는 특이하다. 대학 졸업 후 시작한 록 밴드 활동이 일년도 버티지 못하고 실패하자, 자신의 음악을 들어줄 청중과 만날 수 있는 장으로 인터넷을 생각하게 된 것이다. 지금 마이스페이스는 인디 아티스트와 신인들의 신곡 공개 무대가 되면서 '인터넷 세대의 MTV'로 불리고 있다. 마이스페이스에서는 '도토리' 같은 사이버머니가 없이도 음악 검색을 통해 노래를 찾고 'Add'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내 블로그에 노래가 등록된다. 배경화면도 HTML편집 기능을 이용해 사용자들이 직접 만든다. 이용자가 직접 콘텐츠를 변형, 가공하면서 사이버 공간에서 다른 사람들과 자유로운 소통의 기회를 갖는 웹 2.0시대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기존 인터넷 사업방식인 웹 1.0과 다른 점이다.

싸이월드.마이스페이스와 같은 사이트들을 학계에서는 SNS(Social Network Service : 인맥구축서비스)라고 부른다. 사회적 인간관계를 인터넷 공간으로 연결시켜 주고 있는 것이다. 세계미래연구기구협의회 회장인 제롬 글랜에 따르면 농경시대는 식량과 자원, 산업시대는 기계, 정보화시대는 정보서비스, 그리고 후기정보화시대는 네트워크를 파는 시대라는 것이다. 유엔미래포럼 박영숙 한국대표는 "인맥구축서비스(SNS)가 주목을 받는 것은 네트워크가 자산이 되는 후기정보화시대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라스베가스에서 여행 및 유학을 알선하는 사업을 하는 스티브 토키타(31) 씨는 "너무 바빠 사람 만날 시간이 없는데, 인맥구축서비스를 통해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다"며 "구직 공고를 낼 수도 있고, 사람을 채용할 수도 있다"고 소개했다.

◆ 평등한 온라인 세상의 표본 = 2004년 12월 '다음'의 개인 미디어 이용자 1200만명을 분석한 결과 상위 1% 개인미디어에 네티즌 35%가 몰린다는 조사 결과가 나온 바 있다. (중앙일보 2005년 5월10일자 보도)

이에 반해 SNS 사이트에서는 비교적 인기도의 분포가 고르다. 다음의 분석에서 보다시피, '싸이월드 미니홈피'의 경우 '네이버 블로그' 서비스와 비교해 1인당 페이지보기 횟수와 체류시간에서 차이가 났다.

출처:코리안클릭 2007년 2월

서울대 사회학과 장덕진 교수는 "싸이월드와 같은 SNS사이트의 부가가치 창출자는 몇몇 스타에 국한되지 않은 대부분의 사용자이기 때문에 회원 수는 훨씬 적어도 페이지뷰는 훨씬 많고, 도토리 판매 등 자체 콘텐츠에 의한 수익성도 높다"고 평가했다.

미국 SNS사이트들은 그 수익의 80%를 광고에 의존하고 있기에 수익구조의 안정성을 놓고 끊임없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안락한 인맥구축을 원하는 사용자들은 언제나 사이트를 떠날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연세대학교 정보대학원 이준기 교수는 "친구들을 보기 위해 인맥구축사이트에 들어온 사용자들이 반짝이는 배너광고를 봤을 때는 짜증을 낼 수밖에 없다"며, "콘텐츠 판매로 수익의 80%를 내고 있는 싸이월드의 수익구조는 SNS시장에서 큰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SNS 업계 측에서는 네트워크 서비스의 특성상 회원수가 어느 임계점(보통 300~400만명) 이상이면, 언제든 급격히 확장할 수 있는 폭발력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때문에 지금의 1등도 후발주자에 의해 언제든지 뒤집힐 수 있다. 장덕진 교수는 "SNS 사업이 장기적으로 성공하기 위해선 사용자와 사용자, 사용자와 페이지 사이의 수평적 관계를 분석하고 거기에서 어떤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인지를 끊임없이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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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티즌과 함께 하는 '웹 2.0 인사이드'시리즈 ⑤

'웹 2.0 인사이드' 시리즈는 젊은 기자 10명이 한 달 동안 열심히 현장을 누비고 국내외 자료를 분석해 태어났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를 '미완성'이라고 부를 참입니다. 웹 세상은 넓지만 취재기자의 시야는 좁은 탓입니다. 그래서 기사의 완성을 여러분의 '집단지성'에 기대기로 했습니다. 웹 2.0 프로의 한 수 지도를 부탁합니다. 아마추어의 건전한 상식도 큰 도움이 될 겁니다. 기사를 읽고 여러분이 올려주신 지식, 질문이나 답, 참고자료 등은 기사에 반영됩니다. 일부 기사는 다시 작성해 신문에 실을 계획입니다. 여러분의 댓글로 기사가 완성되는 곳, 그것이 바로 웹 2.0의 현장입니다. -중앙일보 공채 43기 기자 일동-

이종찬 기자 <jong@joongang.co.kr>
최선욱 기자 <isot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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