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샐러리맨 상승정지 샌드위치 귀가거부 포킷벨 증후군(지구촌화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아버지의 권위추락도 뚜렷/포킷 벨 삐삐에 종일 감시당하는 신세/상승정지 중년직장인들 승진의욕 상실/샌드위치 상하 인간관계가 원만치 못함/귀가거부 가족으로부터 소외되어 방황
일본인들의 의식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조직 속에 묻혀 묵묵히 흘러가던 과거와는 달리 개인을 부쩍 강조하게된 것이다.
권위를 가지고 가정을 이끌어가던 가장의 위신이 크게 격하된 것도 달라진 현실이다. 가정의 결속력이 느슨해지고 있으며,특히 엄한 가장아래 강인한 생활력을 배워왔던 과거의 아이들에 비해 요즘 아이들은 나약해지고 자기중심적이 되고 있다.
달라진 신일본인상은 지난해 일본사회에서 유행했던 신조어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힘든 일을 기피하는 풍조때문에 일손부족을 겪은 건설업계에서는 지난해 「쾌적 3K」란 신조어가 생겼다. 요즘 건설현장에서는 숙사가 구초(공조:에어컨)·고시쓰(개실:독방)·기레이(기려:청결)등 쾌적 3K의 조건을 구비하지 않으면 사람을 구하기가 힘들다는 뜻으로 일본어 단어의 영어식 첫음을 따 만든 말이다.
이밖에 경제대국화가 되면서 예전에 없던 각종 증후군이 나타났다.
「기레이 증후군」은 매일 아침 샤워는 물론 하루에도 몇번씩 이를 닦고 금연·금주를 하는 등 개인의 신체적 청결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일본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샐러리맨의 경우 「상승정지 증후군」「샌드위치 증후군」「귀가거부 증후군」「포킷벨 증후군」등 유행어가 등장했다.
「상승정지 증후군」은 직장인들이 중년이 되면서 승진의욕을 상실하는 현상을 뜻하며 「샌드위치 증후군」은 상하 인간관계가 원만치 못함을 나타내고 있다. 「귀가거부 증후군」은 가족으로부터 소외된 중년 직장인들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며 「포킷벨 증후군」은 개인호출기에 매달려 종일 감시당하는 직장인의 처지를 대변하고 있다.
여성들의 출산경향을 나타낸 유행어도 등장했다.
「막차출산」은 맞벌이 여성들의 출산연령이 늦어지고 있음을 나타낸 것이며,「1.53쇼크」는 여성들의 출산율이 1.57명에서 1.53명으로 낮아진 것을 뜻한다.
가족관계에 있어서의 유행어는 가장의 권위추락과 단신부임에 따른 폐해를 나타낸 것이 단연 돋보인다.
「하지판(치□□)정주」(속옷이 부끄러운 남편)는 자신이 벗어놓은 속옷을 부인이나 딸이 젓가락으로 집어 세탁기에 넣을 정도로 위신이 실추된 가장을 뜻하며,「반딧불 정주」는 연기때문에 방안에서 담배를 피우지 못하게돼 아파트 베란다에서 담배를 피우며 고민에 빠져있는 가련한 가장을 의미한다.
국제정세를 풍자한 유행어도 있다. 가령 「고르비 정주」는 밖에서는 화려하지만 집안에 들어오면 별볼일 없는 남편을 뜻하며,「후세인 정주」는 이와 반대인 남편을 뜻한다.
아이들에 관한 신조어는 과잉보호의 부작용을 표현한 것이 대부분이다.
「오야지키즈」는 행동거지·말투뿐 아니라 비만·고혈압·당뇨병등 신체적 특성까지 성인을 닮은 아이들을 가리키는 말이며,「오반족」은 학원에 다니느라 하루 다섯끼를 먹는 아동들을 뜻한다.<김국진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