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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상원 "1년 내 이라크 철군" 법안 가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미 상원은 27일 1년 안에 이라크 주둔 미군을 철수하도록 규정한 전쟁비용 법안을 가결했다.

상원 다수파인 민주당은 공화당의 강력한 반대를 무릅쓰고 120일 이내에 미군 철수를 개시해 내년 3월까지 완료한다는 조건 아래 1216억 달러의 전비(戰費)를 투입하도록 규정한 법안을 50대 48로 통과시켰다.

이에 앞서 미 하원도 23일 이라크 주둔 미군을 내년 9월까지 철수시키는 것을 조건으로 1240억 달러의 전비를 투입하도록 한 법안을 218대 212로 통과시킨 바 있다. 상.하원이 잇따라 철군 시한을 못박은 법안을 통과시킴에 따라 이라크 주둔 병력을 증강하려던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큰 타격을 받게 됐다.

부시 대통령과 백악관 관리들은 이날 "법안이 통과되면 즉각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하원에 이어 상원까지 미군 철수를 요구하고 나선 데 곤혹스러운 모습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백악관은 법안 표결 시각인 이날 오후 5시를 수분 앞두고 상원의장을 겸직한 딕 체니 부통령을 상원에 급파, 가부동수 시 법안통과를 무산시키려 시도했다. 부통령은 상원의 표결 결과 가부동수가 나오면 통과 여부에 대한 최종 결정권을 갖는다. 그러나 총 49명인 공화당 상원의원 중 척 헤이글(네브래스카)과 고든 스미스(오리건) 등 2명이 당론을 이탈, 찬성표를 던져 백악관의 당 장악력이 떨어진 현실만 확인했다.

이날 표결 결과는 지난해 11월 중간선거에서 상.하원을 장악한 이래 이라크 주둔 미군의 단계적 철수를 주장해 온 민주당에 상당한 정치적 수확을 안겨줬다. 상.하원은 다음주 양원 전체회의를 열고 법안을 최종 통과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부시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함으로써 일단 위기를 모면할 것으로 보이지만 민주당이 갈수록 고조되는 반전 여론을 업고 지속적인 철군 공세를 펼칠 게 분명해 그의 레임덕은 가속도를 낼 전망이다.

유에스에이투데이와 갤럽이 지난 주말 미국인 100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 조사 결과 내년까지 이라크 주둔 미군을 철수해야 한다는 응답이 60%에 달했다. 응답자의 56%는 "애당초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한 것부터 실수였다"고 대답했다. 또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 전략을 지지한다는 응답은 34%에 불과했고 부시 대통령의 대(對)테러전 수행 능력에 대해서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응답이 48.9%에 달했다.

워싱턴=강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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