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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평가 만년 꼴찌 강원개발 '화려한 변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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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지방자치단체와 지방공사와의 관계는 시장의 틀 안에서 주주와 기업의 관계처럼 돼야 합니다." 지난해 지방 공기업 경영평가에서 경영대상 우수상을 받은 강원도개발공사 박세훈(47.사진) 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1997년 설립돼 산업단지 조성과 아파트 건립 등 개발사업을 하고 있는 강원도개발공사는 2003년 없어질 뻔했다. 경영평가에서 4년 연속 최하위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그해 9월 취임한 박 사장은 대대적인 경영혁신으로 회사를 되살렸다. 미국 퍼듀대 경제학 박사로 연구소에 근무하다 강원도개발공사 사장에 취임한 그는 지방 공기업의 문제를 이렇게 말한다. "흔히 지적되는 방만 경영, 전문성 부족 등의 문제는 시장의 논리를 이해하지 못해 생깁니다. 취임해 보니 강원도는 상전이고 강원도개발공사는 종이었어요. 이러니 고객 서비스는 뒷전이고 상전 눈치만 본 것이죠."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해 서비스를 제공해야하는 시장의 논리를 공기업이 따라가지 못하니 욕을 먹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그는 "공기업은 목적만 다를 뿐 일하는 방식은 사기업과 같아야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방공기업뿐 아니라 정부와 산하 공기업의 관계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자체가 다른 의도로 사업을 벌이면 결국 방만 경영으로 이어진다"고 뼈있는 지적을 했다. 대표적인 게 강원도개발공사가 초창기에 벌였다 실패한 농산물 유통사업이다. 그는 "돈을 벌지 못할 줄 알면서도 자리를 만들기 위해 무리하다 보니 공기업의 전문성이 떨어졌다"고 밝혔다.

박 사장이 취임할 때 보장받은 것은 독립적인 인사권과 사업결정권. 그가 사장에 취임한 뒤 100여 명을 채용했지만 공무원 출신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인사 청탁도 모두 거부했다. 지금도 이 원칙을 지키고 있다.

그러면서 그는 취임하자마자 '만년 꼴찌 기업을 전국 최고의 지방공기업으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박 사장은 "강원도는 시장 여건상 가장 열악하다"며 "그래서 벤처기업처럼 특화된 사업을 구상했다"고 말했다. 그는 "사막에 스키장을 만든 두바이처럼 국내의 기존 리조트와는 달리 상상력과 분위기를 파는 알펜시아리조트를 만든 게 성공했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내부 혁신과 대규모 프로젝트가 차질 없이 진행되면서 직원들이 회사의 비전을 공유하고 핵심 가치를 실천하면서 해마다 매출과 이익이 늘고 좋은 평가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비전에 맞춰 ▶연봉제 도입▶팀제 전환▶윤리경영▶학습조직 운영 등 6개 부문 25건의 경영혁신을 추진했다. 지난해는 331억원의 매출에 41억원의 흑자를 올렸다.

강원도개발공사는 지난해 경영평가에서 전국 15개 개발공사 가운데 3위, 혁신평가 부문에선 2위를 차지했다.

특별취재팀 = 이세정.정경민.윤창희(이상 경제부문), 이찬호.김종윤(이상 사회부문), 안장원 조인스랜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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