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4년 부산경륜공단 세금 400억 이상 날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5면

그러나 이 공단은 그동안 부산 시민이 낸 세금을 400억원 이상 빨아들이는 애물단지로 변했다. 부산시는 개장 첫해에 66억원, 2004년 140억원, 2005년 115억원을 지원했다. 지난해도 60억원을 지원했다.

또 공단이 부담해야 할 금정체육공원 관리예산 40억원도 부산시가 대신 책임졌다. 경륜만으로도 허덕이고 있는 공단은 최근 모터보트 경주인 경정(競艇)사업까지 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그러면서 레저세(매출의 10%)를 면제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감시 사각지대에 자리 잡은 숨은 정부, 지방 공기업이 현 정부 들어 크게 늘었다. 공기업에 대한 감시가 느슨해진 틈을 타 지방자치단체들이 재정 확충과 경제 발전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앞다퉈 지방 공기업을 만들고 있다.

그러나 부산경륜공단에서 볼 수 있듯 지방 공기업의 방만한 경영은 심각하다.

반면 공기업의 사장과 임원 등 주요 자리는 낙하산 공무원들이 빼곡히 메우고 있다. 그래서 지자체가 공무원의 자리보전용으로 공기업 세우기에 열중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렇지만 지자체나 행정자치부의 지방 공기업 감시는 느슨하다. 결국 감사원이 지난해 지방 공기업에 대해 칼을 빼들었다.

◆ 4년 새 인력 27% 늘어=지방 공기업은 지방공사와 지방공단으로 나뉜다. 지방공사는 지자체가 50% 이상 출자해 운영하는 곳으로 지하철공사.도시개발공사 등이고, 지자체가 100% 출연해 지자체 업무를 대행하는 지방공단은 시설관리공단.경륜공단 등이다.

이외에 상수도.하수도 등 지자체의 직영 기업까지 지방 공기업에 포함하는 경우도 있지만, 직영 기업은 지자체의 특별회계부문 사업부 형태로 돼 있고 종사자도 공무원 신분이기 때문에 여기에선 지방 공기업에서 제외했다. 행자부 집계에 따르면 지자체 직영 기업은 200여 개에 이른다.

지방공사와 지방공단을 합한 지방 공기업은 2002년 말 69개였다. 2003년부터 경쟁적으로 설립된 지방 공기업은 지난해 말 110개로 늘었다. 인력도 2001년 3만 명에서 2005년 3만8400명으로 27%나 늘었다.

지방 공기업이 늘기 시작한 것은 2003년. 1999년 지방 공기업 신설 권한이 내무부(현 행자부)에서 지자체로 옮겨졌다. 하지만 김대중 정부 시절엔 공공부문 개혁바람이 워낙 거셌던 때문인지 지방 공기업이 별로 늘지 않다가 공기업 민영화를 중단한 현 정부 들어 크게 늘었다.

◆ 택지개발 한다며 골프연습장=종전 지방 공기업의 업무는 경기장.주차장 같은 시설관리 등으로 지자체 업무를 위임받은 게 대부분이었다. 그러다 감시가 약해지자 각 지자체는 수익사업을 하겠다며 앞다퉈 지방 공기업을 세웠다. 하지만 적자 지방 공기업이 2003년 17개에서 2005년 26개로 늘어난 데서 나타나듯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곳이 많다.

광주광역시는 전시사업에 뛰어들기 위해 2004년 11월 김대중컨벤션센터란 지방공사를 세웠다. 990억원을 들여 2005년 9월 개관한 김대중컨벤션센터는 지난해 42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전시장 가동률이 40%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광주시는 올해 이곳에 23억원을 보조할 예정이다. 이 센터는 2012년께 자립 경영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기존 지방 공기업이 수익사업에 손을 댔다 부실해진 사례도 있다. 택지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대구 도시개발공사는 2003년 10월 북구 서변동에 290억원을 들여 골프연습장 등을 갖춘 유니버시아드레포츠센터를 열었다. 그러나 이곳은 지난해 감가상각비를 포함해 7억원의 적자를 냈다. 개발공사는 이곳을 시설관리공단에 넘기려 했지만 시설관리공단 측은 "경영이 쉽지 않다"며 손을 내저었다.

지난해 행자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방 공기업 313개(직영 기업 포함)의 부채총액은 23조7822억원으로 전년(21조3136억원)에 비해 11.6%나 늘었다.

◆ 방만 경영에 대한 감시는 소홀=현재 지방 공기업은 해당 지자체와 지방의회로부터 정기적인 감사를 받는다. 하지만 지방 공기업의 경영을 감시해야 할 지자체 공무원이 지방 공기업의 고위직을 차지하기 때문에 감시는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대구시 산하 4개 공기업 중 대구도시개발공사를 제외한 세 곳의 기관장이 대구시 고위 공무원 출신이다. 대구시의 한 관계자는 "감사를 받는 공기업의 대표가 고위 공무원 출신이면 아무래도 봐주게 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전북의 한 공기업은 59세인 퇴직 공무원을 3년 계약직으로 채용했다. 이 공기업의 정년은 60세였는데 정년을 피하기 위해 이런 편법을 썼다.

행자부는 매년 지방 공기업 경영평가를 하고 있을 뿐 지방 공기업의 비대화와 방만한 경영에 대해 제동을 걸지 못하고 있다. 감사원이 지난해 지방 공기업에 대한 대대적인 감사에 나선 것도 이처럼 지자체와 지방 의회, 행자부 등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충남대 육동일(자치행정학과) 교수는 "지방의회나 시민단체 등이 효율적인 견제를 하지 못해 공기업의 도덕적 해이가 커졌다"며 "지방 공기업도 민영화를 통해 경영혁신을 꾀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 이세정.정경민.윤창희(이상 경제부문), 이찬호.김종윤(이상 사회부문), 안장원 조인스랜드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