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러시아 손잡고 화성 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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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러시아는 2009년 화성 탐사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진행한다. 러시아의 로켓(2003년 발사된 러시아 소유스 TMA-3 로켓.(左))에 양국의 탐사선을 실어 보내는 방식이다. 중국 탐사선은 화성 주위를 돌게 되며, 러시아 탐사선은 화성의 위성 포보스에 착륙할 계획이다. [중앙포토]

중국과 러시아가 공동으로 화성을 탐사하기로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6일 모스크바 크렘린 궁에서 열린 '중국의 해-2007' 선포식에서 "중.러 양국이 2009년 화성과 화성의 제1위성인 포보스를 공동 탐사키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곧이어 쑨라이옌(孫來燕) 중국 국가항공국장과 아나톨리 페르미노프 러시아 연방우주청장이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 푸틴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공동 탐사 협정문에 서명했다.

◆ 각자의 탐사선을 화성으로=협정에 따르면 양국은 러시아가 발사하는 로켓에 각자의 탐사선을 실어 화성으로 보낸다. 러시아 탐사선은 포보스에 착륙해 토양을 채취하고 중국 탐사선은 화성의 주위를 돌며 환경을 탐사한다. 양국 탐사선은 공동으로 탐사 자료를 분석해 지구로 송신한다. 러시아 탐사선엔 홍콩 이공대가 제작한 행성 지표 분석 시스템이 장착될 예정이다. 포보스는 화성의 두 위성 가운데 안쪽에 위치한 반지름 10~14㎞의 위성으로, 1971년 11월 미국의 화성 탐사선 매리너 9호가 첫 근접 촬영에 성공했다. 지난 40여 년간 미국.러시아.유럽연합(EU).일본 등이 30여 차례에 걸쳐 화성의 생명체 존재 가능성을 파악하기 위해 화성 탐사 계획을 추진했으나 절반 이상이 실패했다.

◆ 푸틴, 주역 인용해 우호 강조=중국 언론들은 우주개발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공동 화성 탐사는 우주탐사는 물론 우주개발.우주방위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양국이 활발하게 협력할 것임을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분석했다. 화성 공동 탐사 합의를 일궈낸 중.러 정상은 이날 '중국의 해' 선포식에서 마치 형제 같은 모습을 연출했다. '중국의 해' 선포 직후 푸틴 대통령은 돌연 '주역(周易)'의 한 구절을 인용했다. 통역이 쩔쩔매다 "목소리가 비슷한 사람들은 만나면 곧 화목해지고, 성격이 비슷한 사람들은 만나면 곧 서로에게 끌린다"고 가까스로 통역했다. 주역의 원문 '동성상응(同聲相應), 동기상구(同氣相求)'를 풀어낸 말이다.

크렘린의 한 관계자는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 한학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양국 간 우호를 강조할 수 있는 구절 하나를 추천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소개했다.

베이징=진세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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