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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제11회 삼성화재배 세계 바둑 오픈' 한 칸 차이가 빚어낸 역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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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결승전 분석>

○ . 창하오 9단● . 이창호 9단

이창호 9단과 창하오(常昊) 9단이 격돌한 삼성화재배 결승전에서 승부처는 어디였을까. 압도적으로 우세했던 이창호가 이번엔 왜 힘없이 무너졌으며 창하오는 어디서 승기를 잡았을까.

"창하오가 정신적으로 강해졌다"고 프로들은 말한다. 반 농담 삼아 "이창호 9단도 장가를 가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얘기도 나온다. 그중에서 좀 더 현실적인 이유로 제기된 것이 하나 있다. 바로 1국의 초반 포석이었다.

◆문제의 장면=이창호 9단이 5로 걸쳤을 때 창하오 9단은 6으로 높게 받았다. 이 9단은 애초의 구상대로 7의 중국식을 펼쳤는데 창하오가 8로 곧바로 쳐들어오면서 포석은 전혀 다른 흐름을 타게 된다.

그 결과가 14까지. 프로들은 A가 없이 이곳 일대가 백집으로 변하고 있다는 데 주목한다. 백 모양이 매우 효율적이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흑은 어떻게 두어야 했을까. '참고도1'처럼 백이 낮게 두었다면 흑2도 무방하며 이때 백은 B의 전투 대신 3의 갈라침을 선택하게 된다. 그러나 실전처럼 한발 높게 두어올 때는(이 수가 실리보다 전투를 표방하고 있기 때문에) '참고도2'의 흑2로 달리는 게 유력하다고 말한다.

초일류 기사의 승부에서 이런 감각적인 차이를 승부와 연결하는 것은 약간 무엄(?)하기조차 하다. 포석은 어디까지나 포석일 뿐이니까.

하지만 백6의 높게 두는 수는 중국 바둑이 중국식 포진을 파해하기 위해 공들여 연구한 수라는 분석도 있다. 속기 시대는 초반의 한 수가 만들어 내는 포석의 흐름이 승부 전체를 결정지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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