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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망컴퓨터 연구 신동필 박사(앞서뛰는 사람들:5)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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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꿈의 「인공지능」 손에 잡힌다/작년에 거미수준까지 개발/23년 외길 걸으며 선진국과 경쟁
과기처산하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부설 시스팀공학연구소 연구부장 신동필 박사(47)는 68년 여름 서울시청 9급공무원 공채시험에 합격,묘동사무소직원으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그런 그가 23년이 지난 오늘 컴퓨터분야에서도 가장 앞선 신경망컴퓨터연구에서 세계수준에 도전하는 과학자가 됐다. 그의 변신은 밤잠을 아껴가며 한걸음이라도 앞서 나가려 혼신의 노력을 다해온 빛나는 결실이지만 앞서 뛰는 그의 발걸음은 오늘의 성취에 머무르려하지 않는다.
『신경망컴퓨터는 지식처리(추론)컴퓨터·멀티미디어컴퓨터와 함께 인공지능(AI)컴퓨터 3종 가운데 하나입니다. 다른 것과 달리 아직까지 실용화가 되지 못하고 있는,따라서 세계 각국이 선두다툼을 벌이고 있는 개발대상이에요.
현재 신경세포(뉴런) 1백∼5백개정도의 거미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인데 우리는 선진국대열에 끼기위한 G­7 프로젝트의 하나로 오는 95년까지 1만개이상의 뉴런을 가진 잠자리·파리수준의 신경망컴퓨터를 꼭 개발해 내려고 합니다.』
신박사팀은 지난해 거미수준까지의 개발을 끝냈고 올해는 적어도 1천개 수준까지는 발전시킨다는 목표다.
○정보화사회의 꽃
신박사가 온힘을 쏟고 있는 신경망(뉴러)컴퓨터는 사람의 오른쪽 뇌에 해당하는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컴퓨터다.
지금까지의 컴퓨터는 왼쪽뇌의 기능을 본떠 논리적인 사고가 가능하고 이에 따라 각종 계산을 할 수 있지만 사물을 보고 듣는 감각기능과 잘못을 스스로 고치고 배울 수 있는 학습 및 인식능력은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일본·유럽각국이 앞다퉈 개발에 나서고 있는 신경망컴퓨터는 감각기능과 학습 및 인식력을 갖춘 획기적인 것으로 기존 컴퓨터와 이으면 사람의 뇌기능을 모두 발휘할 수 있는 괴력을 가질 수 있게 된다.
예컨대 산업현장의 자동화에 쓸 경우 제품이 나쁘게 나오면 이를 스스로 알아차려 스피커를 통해 『불량품』이라고 지적할 수도 있고 주인의 목소리를 듣고 문을 열어주는 「열려라 참깨」형 자동차열쇠도 가능케하는 등 이 컴퓨터는 일상생활에서 국방분야까지 광범한 용도를 가져 정보화사회의 꽃이 될 전망이다.
신박사가 컴퓨터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공무원생활을 시작한 이듬해인 69년 서울시 전산요원을 뽑는 시험에 합격,1년간의 컴퓨터교육을 거쳐 서울시청 전산실의 창설멤버로 참여하면서부터. 『당시 프로그래머로 재산세·자동차세 등 세정업무를 전산화하기 위해 땀흘리며 일하던게 기억에 생생합니다.』
그는 『재산세고지일 납기를 맞추기 위해 전산실 복도 계단에 쭈그리고 앉아 사나흘씩 새우잠을 자면서 일했다』며 『이때의 하드트레이닝으로 모든 일에 자신감을 가지게 됐다』고 말한다.
지금도 집에 날아드는 재산세고지서를 볼때마다 옛날 생각이 간절하다는 그가 보다 창조적인 일을 할수 있는 기회를 잡은 것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전산실에 연구원으로 채용된 지난 72년이다.
이때부터 그는 주택공사 설계전산업무·충북 행정전산업무 등 숱한 일거리에 매달려 편히 발을 뻗고 잠을 잔 기억이 별로 없다고 했다.
신박사는 『일을 하다보니 모르는게 많아 81년 국비 1만5천달러를 받아 보따리를 싸서 미국으로 날아갔다』고 했다.
○미 교수제의 거절
이후 미 유타대를 거쳐 미 오클라호마대에서 86년 컴퓨터공학박사학위를 딴뒤 『교수요원으로 남으라』는 학교측 권유를 뿌리치고 귀국했다.
신박사를 아는 사람들은 그가 「화려한 변신」을 했다고들 말한다.
그는 청주고졸업후 조국의 간성이 되기위해 육군사관학교에 들어갔다가 사고(?)로 4학년때 옷을 벗고 일반사병으로 제대했다. 그후 공무원생활을 하면서 국민대 법대 야간을 나오고 컴퓨터와 인연을 맺은지 20여년만에 최첨단연구분야에서 앞서가는 일꾼으로 우뚝 섰다.
신박사는 『지금까지 스물여덟개의 크고 작은 프로젝트를 해왔지만 신경망컴퓨터의 개발은 앞으로 가시밭길이어서 새로운 각오가 없으면 해내기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의 표정은 밝고 자신에 차있었다.<대덕=김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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