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압지를 관람하는 일본 관광객들.
천마총을 관람한 뒤 기념 촬영.
첨성대 앞에서 소원을 적은 한지 등을 들고 설명을 듣는 일본 관광객들.
안압지에서 펼쳐진 국악 공연.
"여기서 신라 왕국이 천년간 이어졌다니…그저 놀라울 뿐입니다."
안내원의 일본어 설명에 귀를 기울이던 일본 규슈에서 온 기타무라(38.여)는 "이 같은 신비로운 여행은 처음"이라며 하늘을 쳐다 보았다.
이날은 음력으로 이월 초여드레. 동해안엔 저녁 무렵 비가 뿌렸지만 경주의 밤 하늘엔 반달이 떠 달빛기행의 운치를 더했다.
일본 관광객 100여명이 처음으로 경주 달빛 신라역사기행에 참가했다. 신라문화원이 1996년부터 운영해 온 달빛기행은 그동안 국내 관광객을 대상으로 실시돼 왔다. 그러나 올해는 '경북 방문의 해'를 맞아 일본의 JTB여행사가 관광객을 모집해 경주를 찾았다. 봄 방학을 맞은 어린이와 주부.직장인 등 대부분 규슈지역 출신이다.
이들은 천마총과 첨성대를 거쳐 다시 분황사로 이동했다. 한지로 만든 등을 들고 모전석탑을 따라 탑돌이가 시작됐다. 일본 관광객은 어른 아이 할 것없이 저마다 소원 한 가지를 등에 적어 탑을 세바퀴 천천히 돌았다. '부자 되게 해 주세요''이웃과 사이좋게 지내게 해 달라'등 소원도 가지가지다.
다음 코스는 안압지 공연. 풍물단의 상모 돌리기를 시작으로 태평무와 민요 메들리 등 국악이 밤 하늘에 울려퍼졌다. 녹차와 보리빵이 선보이고, 미소라 히바리의 '강물에 흘러가듯'이란 일본 가요도 흘러나왔다. 밤 10시까지 이어진 이 프로그램은 한 사람에 2만원을 받았다.
요코(52.여)는 "경주는 일본의 나라(奈郞)와 비슷해 첫 여행이지만 친근감이 간다"며 "달빛 아래 탑돌이가 멋진 추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JTB의 나카가와(42) 과장은 "이 정도 상품이라면 곧바로 2,3차 관광객을 모집하겠다"고 즉석에서 약속했다.
신라문화원 진병길 원장은 "달빛기행에다 곧 본격화될 쪽샘지구 발굴을 견학할 수 있게 되면 최근 줄고 있는 경주 관광객도 다시 늘어날 것"이라며 "올해부터 일본은 물론 구미지역 관광객들에게도 경주 달빛을 팔 생각"이라고 말했다.
경주=송의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