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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 달빛기행' 일본인들 홀딱 반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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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압지를 관람하는 일본 관광객들.

천마총을 관람한 뒤 기념 촬영.

첨성대 앞에서 소원을 적은 한지 등을 들고 설명을 듣는 일본 관광객들.

안압지에서 펼쳐진 국악 공연.

26일 오후 8시 서라벌 옛터에 어스름이 내린다. 어둠 속에 야간 조명을 받아 노랗게 빛나는 첨성대(경북 경주시 인왕동) 앞에 답사객 100여명이 무리를 지었다.

"여기서 신라 왕국이 천년간 이어졌다니…그저 놀라울 뿐입니다."

안내원의 일본어 설명에 귀를 기울이던 일본 규슈에서 온 기타무라(38.여)는 "이 같은 신비로운 여행은 처음"이라며 하늘을 쳐다 보았다.

이날은 음력으로 이월 초여드레. 동해안엔 저녁 무렵 비가 뿌렸지만 경주의 밤 하늘엔 반달이 떠 달빛기행의 운치를 더했다.

일본 관광객 100여명이 처음으로 경주 달빛 신라역사기행에 참가했다. 신라문화원이 1996년부터 운영해 온 달빛기행은 그동안 국내 관광객을 대상으로 실시돼 왔다. 그러나 올해는 '경북 방문의 해'를 맞아 일본의 JTB여행사가 관광객을 모집해 경주를 찾았다. 봄 방학을 맞은 어린이와 주부.직장인 등 대부분 규슈지역 출신이다.

이들은 천마총과 첨성대를 거쳐 다시 분황사로 이동했다. 한지로 만든 등을 들고 모전석탑을 따라 탑돌이가 시작됐다. 일본 관광객은 어른 아이 할 것없이 저마다 소원 한 가지를 등에 적어 탑을 세바퀴 천천히 돌았다. '부자 되게 해 주세요''이웃과 사이좋게 지내게 해 달라'등 소원도 가지가지다.

다음 코스는 안압지 공연. 풍물단의 상모 돌리기를 시작으로 태평무와 민요 메들리 등 국악이 밤 하늘에 울려퍼졌다. 녹차와 보리빵이 선보이고, 미소라 히바리의 '강물에 흘러가듯'이란 일본 가요도 흘러나왔다. 밤 10시까지 이어진 이 프로그램은 한 사람에 2만원을 받았다.

요코(52.여)는 "경주는 일본의 나라(奈郞)와 비슷해 첫 여행이지만 친근감이 간다"며 "달빛 아래 탑돌이가 멋진 추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JTB의 나카가와(42) 과장은 "이 정도 상품이라면 곧바로 2,3차 관광객을 모집하겠다"고 즉석에서 약속했다.

신라문화원 진병길 원장은 "달빛기행에다 곧 본격화될 쪽샘지구 발굴을 견학할 수 있게 되면 최근 줄고 있는 경주 관광객도 다시 늘어날 것"이라며 "올해부터 일본은 물론 구미지역 관광객들에게도 경주 달빛을 팔 생각"이라고 말했다.

경주=송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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