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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기념일 부시에 장미 선물/미 대통령 방한 이모저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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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북한 「비핵화합의」 이행” 자신있게 답변/한미 상공인 초청오찬 5백50여명 참석
89년에 이어 3년만에 내한한 부시 미 대통령은 5일 오후 청와대 테니스경기,비공식 만찬에 이어 6일 오전 노태우 대통령과 6번째의 한미정상회담을 갖고 국회에서 연설하는 등 바쁜 일정을 보냈다.
한미간에 별다른 현안없는 부시의 재선순방 때문인지 한미간의 협력분위기를 강조하는데 초점이 맞춰진 인상이다.
○…청와대 본관 뜰로 예정됐던 부시 대통령내외를 위한 공식환영행사는 날씨관계로 본관 로비에서 약식으로 거행.
청와대는 당초 일기가 불순할 경우 영빈관에서 환영행사를 갖기로 했었으나 노대통령이 본관로비 행사를 직접 지시했다.
○…오전 10시15분쯤 노대통령은 단독정상회담장인 본관 2층 집무실로 부시 대통령을 안내,창문가에서 밖을 내다보며 청와대주변 전경을 설명한 뒤 자리를 잡고 잠시 환담.
노대통령은 『오늘이 각하 내외분의 결혼 47주년이라는 말을 전해 들었다』면서 『이곳에서 결혼기념일을 맞이하신 것을 영광스럽게 생각한다』고 축하인사.
부시 대통령은 이에 『감사합니다』라고 말하고 밝게 웃으면서 노대통령과 악수를 교환.
노대통령이 이어 『차기 대통령선거에서도 당선돼 결혼 50주년도 반드시 백악관에서 맞게 되시기를 바란다』말하자 부시 대통령은 다시 감사를 표시.
노대통령은 『새해 벽두에 각하와 함께 남북관계의 장래설계를 논의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화제를 돌렸고 부시 대통령은 『나도 뜻깊은 경험으로 여긴다』고 화답.
노대통령은 이에 『올 한해는 한반도에 있어 전환점이 될 수 있는 역사적인 해로 각하의 이번 방문으로 그 가능성은 훨씬 커졌다』고 정상회담의 의미를 요약하자,부시 대통령은 『최근 남북한 관계의 급진전이 이루어지기까지의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고 피력.
○…양정상은 확대정상회담을 마친직후 2층 접견실에서 이뤄진 이상옥 외무장관과 그레그 주한미대사간의 한미과학기술협력협정과 비밀특허보호협정서명식에 임석.
이 자리에서 한 미국기자가 부시 대통령에게 큰소리로 『결혼 47주년을 축하한다』고 말하자 부시 대통령은 『그렇지 않아도 오늘 아침 노대통령내외가 숙소로 카드와 꽃을 보내 축하해줬다』고 옆에 서있던 노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
부시 대통령과 부인 바버라여사는 방한중인 이날 결혼 47주년을 맞았는데 바버라여사는 노대통령 내외로부터 장미 47송이를 선물받고 『감명깊은 선물을 받았다』고 울먹였다는 것.
두 정상은 서명식을 지켜본뒤 1층 충무실로 이동,중앙에 나란히 앉아 좌우측에 자리잡은 미국측 수행경제인과 우리측 경제인 등 30여명과 10여분간 환담.
이자리에서 노대통령은 『이번 부시 대통령의 방한에 미국의 유수한 기업인 여러분이 함께 방문한데 대해 환영해마지 않는다』고 인사한후,『내가 정상외교때 우리의 경제인들을 수행토록해 좋은 성과를 얻어왔는데,내가 갖고 있는 노하우를 부시 대통령이 승낙없이 쓰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고 조크해 좌중은 웃음.
○…한미양국의 확대정상회담은 노대통령과 부시 대통령간의 단독정상회담이 예정보다 약10분 길어지는 바람에 오전 11시25분에 시작.
부시 대통령은 『오늘 노대통령 내외분께서 결혼 47주년을 의미하는 붉은장미 47송이를 숙소로 보내줘 감명받았다』며 『한 여자와 47년간 살아온 한 남자의 얘기를 들어보지 않겠느냐』고 조크해 폭소.
○…양국 대통령은 정상회담이 끝난직후 밝은 표정으로 양국 보도진앞에 나와 기자회견을 갖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
노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은 각기 이번 정상회담에 대한 소감과 입장을 담은 대언론발표문을 낭독한뒤 질문에 응했는데 노대통령은 『북한측이 비핵화 합의를 성실히 이행할 것 같으냐』는 질문에 『반드시 되리라 믿는다』고 자신있게 답변.
노대통령은 또 미­북한관계정상화 문제에 대해 언급,『북한이 핵사찰에 응하고 핵개발 포기요구등에 응한다면 우리가 관계개선을 반대하지 않을뿐 아니라 오히려 권고하는게 나의 입장』이라면서 『미국이 한국을 건너뛰어 북한과 직접 접촉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
부시 대통령도 『남북관계가 진전되고 북한이 평화의사를 표시하면 그런 진전이 올 수 있으나 북한의 인권탄압문제가 개선돼야 한다』고 미­북한 관계정상화에 인권이 또 다른 중요 요소임을 분명히 했다.
○…청와대 정상회담등의 일정을 마친 부시 대통령은 12시25분 청와대를 떠나 호텔신라에서 열린 한미상공인 초청 오찬에 참석.
오찬에는 한국측에서 2백50명,미국측에서 3백여명이 참석하는 매머드 모임인데 이날 아침의 한미상공인 조찬,낮의 한미경제인 접견 등 일련의 행사가 말해주듯 부시의 방한주목적이 통상쪽에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해주는 것.
○…부시 미 대통령의 국회방문때 여야 대표자격으로 김영삼 민자당대표,김대중·이기택 민주당 공동대표 등이 박준규 의장과 함께 면담했는데 김 민주대표는 『자유무역주의를 지지하지만 농수산물 개방은 상당기간 유예기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면서 『특히 쌀수입개방은 농촌파탄을 가져오고 결국 국가기반을 위협하게될 위험성이 크므로 미국은 우리의 이같은 특별한 사정을 고려해야 한다』고 쌀수입 개방에 반대하는 입장을 전달.
김대표는 이어 『올해는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고 남북교류에 진전이 예상돼 이를 바탕으로 통일이 착실하게 추진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의 핵안전협정에 서명하고 이에 따른 핵사찰을 완전수용한다면 미­북한관계가 국교정상화쪽으로 개선되기 바란다』고 밝혔다.<김현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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