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렬사에 와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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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1
마리산이 흰눈을 이고
북녘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병자년 섣달 바람이
바다 밖에서 서성이고
한강과 임진이 섞인 물인
갑골이에서 소리를 내고 있다
선원골을 비우고 떠난 학은
이 겨울에도 돌아오지 않는다
2
봄이 오거들랑
나루터에 좀 나가봐야겠다.
겡징이풀이 또 얼마나 돋아났는지
여지껏 핏빛 꽃을 피워
바다를 물들이고 있는지
시방도 저 뭍에서는
겡징이같은 목숨들
서슬 퍼렇게 살고 있는지
겡징이 풀이 지르는 소리를
더러는 듣는 사람이 있는지
이제는 뭍으로 좀 나가봐야겠다
봄이 오거들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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