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논술방] 담임 선택제 어떻게 볼 것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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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정 (서울 성내중3)

초.중.고교생 학부모들의 사교육 열풍은 좀처럼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대입을 위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공교육에 모두 등을 돌리고, 핵심 문제를 찍어준다는 사교육에 많은 돈과 시간을 쏟아 붓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공교육의 질이 사교육에 한참 뒤떨어진다는 것이다. 경쟁이 없기 때문에 교사들은 자연스레 타성에 젖어들고, 학생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무성의하고 고리타분한 수업이다.

이에 대한 해결 방안으로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담임 선택제는 지금의 교육현실에 매우 절실한 제도다. 공교육의 질 향상을 위해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경쟁의 도입이다. 사회의 모든 조직은 경쟁을 통해 발전하며, 경쟁이 없으면 나태해지기 마련이다. 담임 선택제는 교사들 간의 경쟁을 불러일으켜 수업의 질을 향상하는 데에 좋은 자극제가 될 것이다.

교사를 선택하는 것은 사실 학생의 당연한 권리이기도 하다. 선택의 권리는 언제나 수요자에게 있어야 하며 학생과 학부모 또한 엄연한 교육 수요자이다. 일부에서는 교사들이 학생들의 눈치를 봐서 인성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지만, 학생들은 결코 사탕만 주는 교사를 좋아하지 않는다. 학생들은 무엇보다도 열심히 가르치는 선생님, 자신에게 진정으로 도움이 되는 스승을 원한다.

처음 도입되는 모든 제도가 그렇듯이 담임 선택제 또한 이런저런 문제점들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현재 공교육이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서 담임 선택제가 올바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첨삭·총평

이번 논제는 찬성과 반대 가운데 한 가지 입장을 취하고, 그를 뒷받침하는 논거들을 제시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과제였다. 또한 '교육을 받고 있는 학생의 입장'에서 논술하라는 조건도 반드시 주목해야 할 부분이었다. '담임 선택제의 필요성 여부'라는 논제의 소재 자체가 학생들과 매우 밀접하게 연관된 것이므로, 자신의 입장을 정리하는 데 상당히 많은 고민의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러나 글을 올린 학생 대부분이 숙고의 시간을 충분히 가지지 않은 듯하다. 그 결과는 감정적이고 성급한 결론과 허술한 논거들로 나타났다. 학생의 입장과 교사의 입장, 우리 사회의 교육적 여건과 환경 등을 두루 살펴보지 않고서는 의미 있는 결론을 내기 힘든 것이 당연하다.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문제일수록 대상을 객관화하고 냉정한 시선으로 바라봐야 한다. 그것이 논리적인 글쓰기가 기본적으로 요구하는 사고력이다.

김유정 학생은 서론에서 공교육의 질이 뒤떨어져 있기 때문에 사교육 과열을 낳았다고 진단하고 교사들 간의 경쟁이 그 질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사회의 모든 조직은 경쟁을 통해 발전하며 학생과 학부모는 엄연한 교육 수요자이므로 교사를 선택할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경쟁으로 인해 교사의 업무 능력이 더 많이 발휘될 수 있고 시장의 논리 안에서 수요자 선택의 권리를 주요 논거로 제시한 것이다. 일반적인 조직이나 상품과 구별되는 학교 사회 혹은 교육의 문제를 지나치게 단순화하여 접근한 면이 없지 않으나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일관된 틀을 갖추고 있다. 또한 학생들이 과연 어떠한 선생님을 선택할 것인가에 대한 견해를 학생의 입장에서 밝힘으로써 논제의 조건을 충족시켰고 동시에 반론을 꺾는 설득력을 잘 발휘하였다. 아쉬운 점은 마지막 문단에서 '담임 선택제가 올바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는 다소 성급한 결론을 내린 것과 어떤 문제점이 있을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점이다.

오길주 문예원글로피아 원장

중앙일보 joins.com의 논술카페 '우리들의 수다(cafe.joins.com/suda)' 중학논술방에 글을 올려주세요. 매회 20명을 골라 문예원글로피아 연구원들이 총평을 해드립니다.

◆다음 주제=제시문의 밑줄 친 부분과 관련해, 글의 취지에 부합되는 수치와 구체적 사례를 들어 '우리 가정을 위한 나의 실물 경제 이야기'라는 제목의 논술문을 써보세요.(800자 내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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