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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려라!공부] 새 학년 한 달 … 내 아이 왕따 안 만들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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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새 학년을 맞이 한지 한 달 가까이 됐다. 부모들은 자녀가 낯선 친구들과 잘 지내는지 걱정이다. "혹시 내 아이가 '왕따'를 당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질 나쁜 친구들과 사귀는 것은 아닌가." 이런 저런 의문이 들게 마련이다.

서울 염경중학교 노경희(46) 교사와 서울 미동초등학교 이행국(39) 교사가 이런 부모들을 위해 25일 중앙일보 회의실에서 만나 학생들의 '친구 관계 잘 맺기'에 대해 조언을 들려줬다. 두 교사는 학부모와 학생들이 좋은 친구를 많이 사귈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도 제시했다. 두 교사의 대화를 따라가 봤다.

▶이행국=새 학년이 되면 부모는 자녀의 행동을 잘 살펴봐야 합니다. 학교에 가기 싫어하고 학교 얘기를 잘 하지 않으면 뭔가 문제가 있다는 신호입니다.

▶노경희=그렇습니다. 학부모의 관찰이 중요한 때입니다. 가정 환경은 변한 것이 없는데 갑자기 아이가 심통을 부린다든지, 짜증을 자주 내면 학교 생활이 원인일 수 있어요. 부모가 아이들의 학교 생활에 대해, 짝이나 친구들에 대해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나치게 집요하게 물어 보면 역효과가 날 수도 있지요.

▶이=자녀가 학교 공부와 친구 중 한쪽에 대해서만 얘기하면 나머지 한쪽에 문제가 있는 것일 수 있습니다. 아이들의 인권 문제 때문에 논란이 되기도 하지만 부모가 아이들의 일기장을 읽어 보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노=처음에는 조용하던 교실이 요즘엔 좀 시끄러워졌습니다. 학생들의 친구와 선생님에 대한 탐색 작업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친구 맺기 작업과 동료 그룹 형성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지요. 친구를 잘 사귀지 못하는 학생들의 문제도 이때 드러납니다.

# 새 학년 증후군

▶노=학교에 입학을 하고, 새 학년이 되면 새 친구들을 만납니다. 그러면서 옛 친구들과의 문제가 생기기도 합니다. 지난해까지 가까이 지내던 친구들과 학교를 달리하거나 교실을 달리하면서 서로 멀어집니다. 그 과정에서 지나치게 소외감을 느끼거나 친구가 다른 친구들을 사귀는 것을 시샘하기도 합니다.

▶이=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에게는 그런 문제가 거의 없지만 고학년 학생들 사이에서는 문제가 종종 일어납니다. 초등학생은 아이들끼리 친할 경우 어머니들끼리도 잘 알고 지내는 경향이 있습니다. 따라서 어머니들이 옛 친구들이 꾸준히 만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 좋습니다.

▶노='헤어짐' 또는 '관계가 느슨해짐'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을 배우는 과정이므로 부모가 지나치게 예민할 필요는 없지만 자녀가 스스로 외톨이로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봐야 합니다.

▶이=학급 회장 선거나 학교 회장 선거도 아이들에게는 민감한 문제일 수 있습니다. 요즘에는 한 학급에서 회장 후보로 나서는 학생이 10명이 넘기도 하는데, 자기가 찍은 한 표밖에 못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초등학교 고학년 학생들은 선거에서 떨어지면 울기도 합니다. 학생들이 좌절감을 갖지 않고, 자신을 인정해 주지 않는 친구들을 미워하지 않도록 부모나 교사가 따뜻한 말을 자주 해 줘야 합니다.

▶노=회장이 된 뒤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받는 일도 있습니다. 그리고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학급 임원을 줄곧 해 오다가 선거에서 떨어져 낙담을 심하게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 결과 성적이 떨어지고 친구 관계가 나빠지기도 합니다. 부모가 유심히 관찰해야 할 부분입니다.

# 교사와 부모의 대화

▶이=새 학년이 시작된 지 한 달쯤 됐을 때가 학부모가 담임 교사와 만날 필요가 가장 클 때입니다. 학년 시작 때 찾아오면 교사가 아직 학생에 대해 잘 파악하지 못해 할 말이 별로 없습니다. 부모가 아이의 특성에 대한 정보를 많이 줄수록 아이에게 좋은 지도가 가능합니다. 정서적 장애가 있어 친구와 잘 사귀지 못하는 면이 있다는 것을 알려줘야 선생님이 다른 아이들과의 좋은 관계를 형성시키려는 의도적 노력을 할 수 있습니다. 학교 방문에 부담을 느끼는 부모가 많은데 선생님들은 전화나 e-메일, 편지를 보내 주는 것도 고맙게 생각합니다.

▶노=지나치게 산만하거나 폭력성을 보여 친구들을 잘 못 사귀는 학생이 있습니다. 담임교사를 통해 아이의 상태를 확인한 뒤 전문가의 상담을 받아 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 공부는 잘하지만 친구가 거의 없는 학생도 있습니다. 이 경우에도 전문가의 진단을 받아 보는 것이 좋습니다. 방치하다 보면 나중에 큰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 '불량 학생'과의 교제 문제

▶노=이른바 '불량 학생'을 사귀면 갑자기 비속어를 많이 쓴다든지, 전화통화 내용이 비밀스럽다든지, 용돈을 많이 달라든지 등의 변화가 생깁니다. 이때 막무가내로 그 친구를 심하게 비난하거나 못 만나게 하면 아이의 반발만 살 수 있습니다. 부모가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을 늘리고, 다른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이 좋습니다.

▶이=초등학생의 경우에는 친구의 영향으로 갑자기 거친 말을 해 부모를 놀라게 할 때가 있습니다. 그럴 경우 너무 즉각적으로 반응하지 않으면서 그런 말이 좋지 않은 것임을 차분하게 설명해 줘야 합니다.

# 좋은 친구 사귀기

▶노=친구의 약점을 이용해 놀리지 않고 뒤에서 친구를 비난하는 이른바 '뒷담화'를 퍼뜨리지 않도록 지도해야 합니다. 자기 주장만 내세우지 말고 다른 사람의 말도 잘 듣는 습관도 길러 줘야 합니다. 그리고 청결도 중요합니다.

▶이=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지저분하다는 이유로 친구들의 놀림감이 되기도 합니다. 한 부모 가정이나 조부모가 양육하는 경우 더욱 신경을 쓸 필요가 있습니다.

▶노=각 가정의 자녀 수가 줄면서 아이들이 자기 중심적 성향이 커졌습니다. 다른 사람이나 사회에 관심을 가지도록 부모가 각별히 신경 써야 합니다. 그래야 친구들과의 관계도 원만해집니다.

▶이=요즘 아이들은 키나 체형에 콤플렉스를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모가 키는 나중에 클 수도 있다고 알려 주고 키가 작은 위인들의 얘기를 해 주며 자신감을 잃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노=자녀가 중독적 증상만 보이지 않는다면 컴퓨터 채팅과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주고 받는 것을 막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학원 수업 등으로 바쁜 요즘 아이들은 그런 것을 통해 의사를 소통하고 우정을 쌓아 갑니다.

정리=이상언 기자 <joonny@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xdrag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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