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잉 주니어 '아버지의 이름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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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트릭 유잉(左)이 아들 유잉 주니어를 껴안고 기뻐하고 있다.[이스트러더포드 로이터=연합뉴스]

1982년 3월 29일(현지시간) 미국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온스 수퍼돔, 미국프로농구(NBA)의 수퍼스타가 될 두 명의 1학년 선수가 미국대학스포츠(NCAA) 농구 토너먼트 결승전에서 만났다. 뉴욕 닉스의 전설적 센터 패트릭 유잉의 조지타운대와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의 노스캐롤라이나대(UNC)는 숨막히는 접전을 이어갔다. 팽팽하던 경기는 종료 17초 전 터진 조던의 슛으로 63-62, UNC의 승리로 끝났다. 준우승에 그친 유잉은 결국 조던에게 설욕하지 못하고 대학을 졸업했다.

25년이 지난 2007년 3월 26일(한국시간) 뉴저지주 이스트러더퍼드, 패트릭 유잉 주니어(3학년)가 이끄는 조지타운대는 NCAA 8강전(동부지구 결승)에서 UNC를 연장전 끝에 96-84로 꺾고 파이널포(4강)에 진출했다. 아버지가 하지 못했던 설욕전을 25년 만에 아들이 멋지게 해낸 것이다. 더구나 조지타운은 동부지구 2번 시드였고, UNC는 1번 시드였다.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본 유잉은 아들을 힘차게 껴안았다. 유잉은 갑자기 휴대전화를 주머니에서 빼들더니 "조던에게 전화를 걸려고 했지만 받지 않는다. 아마 받을 수 없을 것"이라며 너스레를 떤 뒤 "나의 아들이 자랑스럽다. 조지타운이 돌아왔다"고 크게 기뻐했다.

유잉 주니어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훈련했지만 UNC를 꼭 이기고 싶었다"며 "아버지가 이기지 못한 상대를 꺾어 기쁘다"고 말했다.

강인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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