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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도 여자가 되고 싶은 남자

중앙일보

입력

뉴스위크성전환 계획 밝힌 미국의 시청 공무원 해고 결정되자 찬반 논란

미 플로리다주 라고시(市)의 시정 담당관 스티븐 스탠턴(48)은 평생 자신의 성 정체성을 두고 괴로워했다.

결국 2년 전쯤 여자가 되기로 했다. “원했던 일이 아니라 반드시 해야 했던 일이었다”고 그는 말했다. 호르몬 투여를 시작하면서 체모와 근육 덩어리도 서서히 사라졌다. 조깅할 때마다 가슴 통증을 느끼게 됐다. 의사의 권유에 따라 스포츠 브라를 착용하자 그 문제가 사라졌다.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출장갈 때면 과감히 여장도 해봤다. 아내와 몇몇 친구에겐 사실을 모두 털어놨지만 언젠가는 라고시 주민들에게도 밝혀야 한다는 점을 알았다. 그래서 세심하게 그날을 준비했다. 13세 된 아들이 집을 비우는 5월을 목표로 8장의 상세한 계획서를 작성했다. “누군가에게 이런 사실을 털어놓기란 너무도 괴로운 일이다. 상대방이 일종의 배신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고 스탠턴은 말했다.

스탠턴의 자발적인 성전환 발표는 무산됐다. 2월 말 지역신문 세인트 피터스버그 타임스가 그 계획을 미리 폭로했기 때문이다. 곧 격렬한 반응이 뒤따랐다. 교회 지도자들은 그를 지탄하고, 성난 시민들은 그의 퇴출을 요구했다. 2월 27일 시끌벅적한 회의 끝에 시 인사위원들은 5대 2로 스탠턴 해고안에 찬성했다.

스탠턴은 지난 14년간 대체로 훌륭한 평가를 받은 시정 담당관이었지만 매리 그레이 블랙 인사위원장은 “그가 계속 일할 만한 품위, 신의, 존경심, 자신감 중 어느 하나도 못 갖췄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재 유급 휴가 중인 스탠턴은 해고 결정에 항의할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시민단체나 성 전환자 단체들은 서둘러 스탠턴 변호에 나섰다. “그 정도로 심한 차별을 본 지도 오래”라고 ‘전국 레즈비언 권익 센터’의 수석 변호사 캐런 도어링은 말했다(도어링은 스탠턴의 변호인이기도 하다).

스탠턴은 어린 시절부터 성 정체성 때문에 고통 받았다. 간혹 여동생 옷을 입어보다가 점차 여자 옷을 모으기 시작했다. 1990년 결혼했을 무렵엔 여성이 되고픈 갈망이 끝났으면 하는 바람에 상담도 받아봤다. 그러나 그는 “문제를 해결하려고 무척 노력했지만 고칠 방법이 없음을 알았다”고 얼마 전 참석한 인사위원회에서 말했다.

2003년엔 뒤바뀐 성 정체성을 지닌 사람들을 보호하는 인권 조례 통과 여부를 둘러싸고 라고시 지도층이 논쟁을 벌였다. 당시 인사위원장이었던 팻 버크는 스탠턴이 법령 통과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고 비난했다(법령은 결국 통과에 실패했지만 시는 성 정체성에 근거한 차별을 금지하는 내부 방침을 세웠다).

로비에 적극 나섰다가는 ‘정실주의’라는 비난을 받을까 두려웠던 스탠턴은 버크 인사위원장에게 진실을 털어놨다. 그가 여장한 자신의 사진을 보여주자 버크는 다정하게 웃으며 패션에 관해 조언했다. “얇은 드레스였지만 그에겐 어울리지 않았다”고 그녀는 말했다.

스탠턴 사건은 성 전환자들이 인정받는 시기에 일어났다. “이젠 정신건강 전문가들도 특정인에게 성 정체성의 고정관념을 따르도록 강요하기보다는 사회환경이 특정인의 성 정체성에 적응하도록 요구하는 추세”라고 정신과 의사 잭 드레셔는 말했다.

연방 민권법은 성을 전환한 근로자 보호를 명시하지 않지만 8개 주(플로리다 제외)와 워싱턴 D C에선 그런 법이 제정됐다. ‘인권 캠페인’(HRC)에 따르면 기업계에선 포춘지 선정 500대 기업 중 122개가 성 정체성 등을 이유로 한 차별금지 방침을 세웠다.

그러나 스탠턴의 경험은 이 같은 수용의 한계를 보여준다. 라고시 인사위원회는 스탠턴의 해고를 확정짓는 투표를 조만간 실시할 예정이다. 스탠턴은 처음엔 법적 대응을 거부했지만 지금은 검토 중이다. “이토록 많은 주민이 ‘제발 싸우겠다고 약속해 달라’며 전화를 걸어올 줄 상상도 못했다”고 그는 말했다. 스탠턴은 아들에게 “용기있는 자는 남들이 앉아 있으려 할 때 기꺼이 일어난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자신과 싸워온 그는 이제 더 큰 투쟁에 나설 준비가 됐는지 모른다.

With JULIE SCELF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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